지난 8월 17일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외치며 생을 달리했다.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물결은 한 달 반 만에 전국의 국공립대로 퍼졌다. 각각의 대학이 따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산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가 모여 연석회의를 열었고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교육부장관 면담 요청·1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총장직선제 중심이었던 논의도 대학민주화에 대한 논의로 발전했다. 마침내 지난 2일 전국에서 약 400명의 국공립대 학생들이 모여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을 열고 대학공공성 강화와 대학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국공립대 학생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가 없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발언처럼 모든 국공립대는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은 발언에서 교육대 통폐합, 총장임명거부, 총장직선제, 구조개혁평가, 법인화, 기성회비 등 국공립대에 닥친 문제들을 쏟아냈다. 학생들은 이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교육부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공립대 사이에서는 쉽게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공동행동에는 국공립대의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사립대 학생도 참여했다. 동국대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지지발언에서 “국립대의 문제는 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립대의 문제는 사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인식이 국공립대를 넘어 사립대까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국공립대 수준에서만 이뤄지는 논의가 향후 사립대까지 참여할 가능성도 보인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교육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공립대 연석회의에서 요구한 교육부장관 면담 요청은 대답조차 듣지 못했다.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의 방침도 변하지 않았다.

설령 총장직선제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예전과 같이 교수들만이 참여하는 방식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전남대 김한성 총학생회장은 “교수들만의 총장직선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대학구성원이 총장선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란 끝에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부산대가 새로 제정하려는 선거규정안에서 교수는 전체 투표 비율의 85%를 차지하는 반면 학생은 2%에 불과하다. 우리대학 역시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총장 선출과정에서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다. 학생들이 목소리가 이번 한 번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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