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날이었던 지난 2일 ‘전국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 집회를 위해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광화문 광장 일대에 모였다. 학생들의 손에 노란 피켓과 각 대학 깃발이 들리자, 대학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논의하러 온 자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과 교수들이 좋지 않은 일로 모이기에는 너무나도 맑은 날씨였다.


교수에서 학생으로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돌아가신 민주화의 불꽃 故 고현철 교수님께 일동 묵념.” 본격적인 집회 시작 전 故 고현철 교수에 대한 묵념이 이뤄졌다. 이전부터 이뤄졌던 총장 직선제 논의는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 이후 지난달 18일에 열린 전국교수대회를 거쳐 학생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한 교수의 투신 이후에야 만들어진 자리. 그 안타까움이 집회장을 채웠다. 故 고현철 교수의 약력소개와 유서 낭독을 맡은 부산대 유영현 인문대 학생회장은 “대학 민주화에 대한 고민은 많았지만 평소 주변사람들이나 학생들에게 그 답답한 심정을 말하지 않았던 故 고현철 교수님의 투신은 학생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에 대한 부산대 학생들의 참담한 감정을 전했다.

집회는 학생들만의 참여로 그치지 않았다.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이 싸움은 학생, 교수, 직원 각각의 싸움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싸움이다”라는 부산대 황석제 총학생회장의 발언에 이어 교수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한신대 노준기 교수는 “대학의 민주화가 죽으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 故 고현철 교수 유서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故 고현철 교수님의 뜻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대학을 민주화 하는 데 앞장설 것을 독려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시헌(20) 씨는 “전국 국공립대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육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함께 표하는 것이 향후에 큰 공동행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것 같다”며 국공립대학생들 간의 연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교육부 향해 낸 비판의 목소리

2부에서는 전국 국공립대 대회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전남대 정상엽 부총학생회장은 “총장직선제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의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전국에서 400여명이 모였다”며 본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에는 총장직선제, 대학구조조정, 학과 통폐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각각 경북대, 강원대, 부산교대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연설은 대학 자율성을 말살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대학을 운영하려는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큰 줄기를 구성했다.
본대회의 마지막은 성명서 낭독으로 마무리 됐다. ‘故 고현철 교수님의 죽음은 교육부의 타살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돈으로 국공립대 학우들을 협박하지 말라’, ‘교육부는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세 가지의 큰 주제를 담은 성명서 낭독으로 길었던 본 대회가 끝이 났다.

집회 장소에서 눈을 돌려 주위를 보니 건너편의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건물의 전광판에 4대개혁 광고도 흘러가고 있었다. 대학구조조정 등 교육개혁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문구가 지나갔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소통과 요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다 같이 느낀 것인지 집회장을 떠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비쳤다.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해 나갈 것

“교육공공성 강화하라”, “총장직선제 지켜내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중단하라”. 400여명의 학생들은 대열을 갖춰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대열이 길어 부득이하게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재촉하는 운전자는 없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하는 외국인 그리고 혀를 차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시선을 받으며 종로에서 인사동을 거쳐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청와대까지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하고 온 부산대 황석제 총학생회장은 “서명 7000개를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수렴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국립대 연석회의에서도 더 많은 대학과 함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투쟁의 의지를 전했다. 학생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대학 공공성을 위한 긴 싸움을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할 것을 크게 다짐하고 흩어졌다.


글_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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