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기능 정상화해야


“경영대 회칙은 구체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모든 경영대 학생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경영대 학생회 조은혜 전략기획부장은 지난 2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소모임 지원금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이와 같이 말했다. 이어 학회·소모임 지원금 집행내역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조 부장은 “학회와 소모임이 사용 내역을 보고하고 학생회가 지원금을 주는 회칙이 있긴 하다. 이런 절차가 번거로워 회칙을 지키지 않고 관행적으로 예산안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관행에 길들여진 학생회

이번 경영대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행에 매몰돼 회칙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임시총회에서 여러 학생들은 제네시스가 타 학회 · 소모임과 비교해 큰 액수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회의록에 따르면 올해 학회 · 소모임 지원금 분배는 인원수, 학생회비 납부 비율, 활동내역의 기준을 따르지만 이 기준에 따라 지원금이 분배되는지 의문이다. 대개 55~75만원 사이의 지원금을 받는 타 학회 · 소모임들과 달리 올해 제네시스는 155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제네시스와 성격이 비슷한 농구 소모임 웨스트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웨스트에는 신입부원이 30명, 제네시스에는 25명이 들어왔다. 제네시스의 기존 학생과 신입생을 포함한 실제 활동 인원은 45~50명으로 웨스트의 실제 활동 인원 약 45명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웨스트는 지원금을 75만원, 제네시스는 155만원을 받았다.

지원금 분배방식 중 활동내역의 경우도 올해 예정된 활동이 아닌 작년에 받은 지원금의 내역을 고려한다. 과거 소모임 회장을 맡았다는 봉성필(경영 10) 씨는 지원금 분배방식에 대해 “보통 ‘작년에 이정도 금액을 받아갔다. 그러니 올해도 이정도 받아가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생회비 지원을 관행에 기대다보니 지원금이 일부 소모임에 계속해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회칙 정상화 노력도 요구돼

경영대 소모임 · 학회 지원금은 경영대 회칙상 운영위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나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없다. 특정 소모임에게 지원금이 쏠리는 것을 막는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과학생회비 분배 기준을 명확하게 회 · 세칙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회 · 세칙 개정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관행적’으로 움직이는 운영위 기능의 정상화다. 본래 운영위는 학부 · 과 최고 운영기구로 학생회비 예산 편성안과 결산보고 심의, 회기 말 예산에 대해 감사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다. 현재 경영대 운영위는 정·부 학생회장 및 각 학회장 · 소모임 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역시 관행적으로 회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영대 회칙 제2절 운영위원회 제15조에 따르면 운영위의 구성원에는 정·부 학생회장, 각 학회장 · 소모임 회장뿐만 아니라 각 ‘학년대표’ 1인이 참석해야 한다. 각 학년대표가 참여해 일부 소모임의 입김에 의해 운영위의 결정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대 학생회는 본 회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이미 회칙상 운영위 위원에 학년대표를 포함해야 함에도 경영대 학생회는 지난 7일 열린 2차 임시총회에서 “학년대표가 들어갈 수 있도록 회칙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현 사태를 해결하려면 회칙 개정보다 관행에 가려 지켜지지 못한 회칙을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 그것이 경영대 사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일 것이다.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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