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투명해야


“그건 제 선택사항이죠”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경영대 학생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선아 학생회장의 대답이었다. 정말 선택사항일까. 경영대학 학생회칙 제5장 제52조 1항에 따르면 “결산 보고는 매 학기 정기총회에서 한다”고 명시한다. 제53조에 따르면 “예산 사용내역을 매월 말 1회 공시”해야 한다.


문제 제기하고 의혹 밝혀낸 학생들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경영대 가을정기개강총회에서 학생회비 사용내역이 보고되면서 부터다. 개강총회 자리에서 경영대 학생회는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덮으려 했지만 학생들은 끊임없이 학생회에 답을 요구했다. 이번 경영대 학생회의 잘못이 밝혀지는 데에는 개강총회의 기여가 컸던 것이다.

경영대 학생회의 잘못이 밝혀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경영대 학생회는 통장사본과 같은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꺼렸다. 경영대 회칙 제52조와 제53조에 따라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어떤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명시한 엑셀파일만을 공개 했을 뿐, 영수증과 통장사본 등 자료 준비는 미비했다. 실제로 이번 경영대 학생회가 밝힌 예산보고에는 35개 지출내역에 대한 영수증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항목의 경우 어떤 항목으로 썼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단 경영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 · 과 회칙도 경영대 회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출 증빙 자료가 미비하면 결산보고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자체감사 역할, 학생총회가 해야

경영대 사태가 알려지자 학부·과 학생회를 대상으로 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지난 7일 열린 2차 임시총회에서 경영대 학생회는 “앞으로 학생회비 역시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감사는 학생회비 전체에 퍼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현재 감사위원회의 감사대상은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까지이다. 학과의 경우 7인 이상의 감사 청원이 없다면 실시하지 않는다. 김민성 감사위원장은 우리대학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을 통해 “모든 학과를 아우를 수 있는 감사기준안 제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이는 학과마다 특수성이 있고 예산 집행에 있어서 규모가 제각각이기에 이를 통일시키는 기준안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모든 학과에 대한 감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외부 감사 없이도 자체적인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학생총회에서 결산보고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학생들이 꾸준하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체적인 감사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대 사태는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진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학부 · 과 내부적으로 감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도록 더욱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생회가 개강총회와 같은 공식적인 결산보고 자리에서 영수증, 통장사본과 같은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회칙으로 규정해야 한다.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학생총회가 자체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횡령이나 부정을 경계하고 학생회비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는 자리로 확립돼야 한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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