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장, 안녕하신가요

 
서울약령시(이하 약령시)는 약령시의 오랜 전통이 느껴지는 커다란 약령문에서 시작된다. 약령시는 전국 약재의 70%를 유통하는 약재의 중심지이며 1004개의 점포들이 몰려있는 거대 한약재 시장이다.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라는 정보는 한약 특유의 퀴퀴한 냄새나 고리타분한 인식과 결합돼 썩 좋은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령시를 직접 방문해 보면 이런 인상은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약령시의 골목을 거닐다보면 한약을 달이는 냄새가 향긋하게 다가온다.


한산한 약령시, 점점 떨어지는 약재의 인기

한약재가 수북히 쌓여있는 점포들은 줄지어 있었지만 정작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약령시협회 강경태 사무국장은 “현재 한약재의 인기가 많이 떨어져 약령시장의 매출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약재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한약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 있다. 강 사무국장은 “한약재의 주 소비층은 노년층이다. 하지만 노년층의 한약재 소비가 줄어들고 한약이 냄새나고 맛없다는 젊은 층의 인식이 만연하면서 한약이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재에 대한 불신도 약령시의 손님이 줄어드는데 한몫했다. 약재의 원산지가 쓰여 있지 않은 경우나 한약재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약령시에 방문한 김길자(60) 씨는 “요즘 한약을 이용한 사기가 너무 많아서 불안하다. 번거롭더라도 원산지를 재차 물어보는 편”이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약령시의 상점들은 법적으로 원산지를 무조건 표기해야한다. 강 사무국장은 “원산지를 쓰지 않는 상점은 노점상이다. 노점상은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불법으로 수입하기도 한다. 이는 약령시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주범”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불안불안, 문화관광특구 약령시

침체되고 있는 약령시를 회복시키고자 약령시협회와 정부에서는 약령시를 문화관광특구(이하 한방특구)로 지정하고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을 시작했다. 한방특구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외국인 체험장 및 통역 등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약령시가 주변의 청과물 시장, 경동 종합시장 등의 전통시장들과 달리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등록된 이유는 약령시의 전통과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약령시는 서울소재의 다른 시장들과 달리 한약재가 전문적으로 유통되는 곳으로 처음 개장된 1960년 이래 55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약령시의 한방특구 사업은 현재 벽에 부딪혔다. 한방특구 사업의 경우 2011년부터 6개월 동안 지원받은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 약령시협회는 한방특구 사업 재선정을 두고 명동에 위치한 한의사 협회와 경쟁했지만 결국 사업은 외국인의 관광객 유입이 많은 명동으로 돌아갔다. 강 사무국장은 “하루에 10명 내외였던 관광객이 100명이 될 정도로 노력을 해왔는데 사업이 좌절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한방산업 진흥센터 건립 그래도 아쉬워

다가올 2017년 초 약령시에는 ‘한방산업 진흥센터’(이하 한방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한방센터는 약령시 근처에 위치한 조선시대 민생의료 기관이었던 ‘보제원’ 복원을 주제로 한옥의 느낌이 나도록 지어지며, 지하 3층과 지상 3층으로 이뤄진다. 지하에는 주차장이 생기고 현재 지하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한의학 박물관이 지상으로 이전된다. 이외에도 외국인 체험장과 한의식품 등의 편의시설 및 상업시설이 들어갈 예정이다. 강경태 약령시협회 사무국장은 “약령시장의 문제로 지적받던 주차시설 부족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와 서울시는 완공될 한방센터를 홍보하며 약령시 일대를 한방특구로 내세웠다. 하지만 문화관광특구 사업은 6개월 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남은 한방특구 사업이라고는 현재 건설 중인 한방센터 하나뿐이다. 과연 이 한방센터가 약령시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약령시가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는 것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국승인 기자 qkzh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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