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장, 안녕하신가요

 
“표고버섯이 3근에 만원, 만원” 경동시장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가 손님들을 반겼다. 지나치는 손님들을 붙잡는 상인들의 목소리, 고개 숙여 상품들을 꼼꼼히 살피는 손님들, 가격을 흥정하며 아웅다웅하는 사람들까지도. 책에서 봤을 법한 장터의 모습 그대로였다.


빛을 잃어가는 경동시장

주말에는 그나마 활력이 도는 편이지만, 이전과 비교해보면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끊긴 것은 사실이다. 경동시장은 한 때 서울에서 손에 꼽히던 시장이었다. 청량리역이 강원도와 경기도를 잇는 역이기 때문에, 6.25전쟁 이후에 농민들은 청량리역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경동시장이 형성되었다. 처음에는 농산물과 임산물 위주로 판매됐지만 점차 한약재와 인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점포도 늘어났다. 규모도 점차 커지면서 경동시장은 현재 경동시장 구관, 신관, 별관을 주축으로 하고 이 건물들 주변의 점포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경동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손님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탄했다. 경동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정명석씨는 “주변에 대형마트가 생긴 것도 배제 할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경기 침체 탓에 장사가 시원찮다. 2, 3년 전에 비해서도 약 30%~40%정도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경동시장 상인회

정부는 경동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개 이 사업은 상인연합회(이하 상인회)의 신청과 요구를 통해 이뤄진다. 상인회는 상인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시장의 상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 상인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경동시장이 정부에서 진행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지원받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상인회가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하려면 구청에 상인회를 등록해야 하지만 경동시장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동시장에도 상인회는 존재하지만, 구청에 등록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동시장 상인회 노천수 위원은 “경동시장의 대부분 상인들은 경동시장 주식회사에서 각 점포를 임대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동시장 주식회사 측에서 상인회가 구청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한 입장이라 상인회를 등록하는 것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어 경동시장 상인회는 무엇보다 상인회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위원은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상인회가 구청에 등록되도록 하고, 다른 전통시장들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시장 상인회의 등록과 관련해 경동시장 주식회사 관계자는 “경동시장 상인회와 관련해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이에 답을 하는 것이 곤란하다. 하지만 경동시장 상인회는 일부 상인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완전하지 않은 단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 50년의 역사가 깃든 경동시장. 경동시장이 앞으로 이 역사를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동시장은 현재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류송희 기자 dtpo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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