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 연극제 기획자 ‘누리에’, ‘쭈야’, ‘지일’
삶이란 한 편의 연극이라고들 말한다. 그렇기에 역으로 연극은 누군가의 삶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특정지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연극들은 그 ‘누군가’를 로맨틱코미디 속 주인공으로 한정짓고 있다. 여기 통념을 깨고 그 ‘누군가’의 범위를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장시켜놓은 사람들이 있다.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연극 무대로 불러온 ‘인권연극제’ 기획자들. ‘이번에도 역시나 망했다’며 한숨을 내쉬지만 계속해서 인권연극제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그들의 눈에서는 진심이 보였다.

Q : 인권연극제에 대해 소개해 달라
올해 2회를 맞은 인권연극제는 차별의 논리를 거부하는 사람들,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무대다. 연극을 계속 해오던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주제로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뭉쳤고 그 결과 인권연극제가 나오게 됐다.

Q : 기획자들은 모두 인권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인가
인권에 관심이 있는 두 명이 기획을 했다.
장애인문화예술을 만드는 ‘지밀’과 성소수자 인권을 얘기하고 작품을 만드는 ‘쭈야(나)’가 함께 치맥을 먹다가 뜻이 모아진 것이다.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연극제라는 틀 안에서 축제를 여는 것이 우리들의 소망이었다. 결성이 된 후 삼성 반도체 공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등을 모아 판을 키워나갔다. 이렇게 모인 집단이 서로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통해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Q : 연극의 소재들이 무척 다양하다. 소재는 어떻게 정하나
공모를 했다. 인권 연극제를 열 것인데, 혹시 인권에 관심이 있는 극단이나 사회운동단체 혹은 인권운동가가 있으면 함께 하자고 사람들을 모았다. 이미 인권에 대한 연극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연극을 접해보지 않은 시민들이 직접 인권이나 사회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연극을 창작한 경우도 있다.

Q : 기억에 남는 연극 팀이 있다면?
흥덕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직접 ‘형제복지원’에 관한 연극을 만들었다. <사람>이라는 연극인데 고등학생 친구들이 사건을 직접 연구하면서 대본을 제작했다. 또 무대를 하기 전 형제복지원 생존자들과 세미나를 갖기도 했고,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이 직접 연극에 오기도 했다. 커튼콜을 할 때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이 소감을 말하는 시간도 가져 의미가 있었던 공연이었다.
또한 <콘센트>라는 연극은 야학에서 수업을 듣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야학에는 장애인분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데, 비장애인들의 경우 성취도가 높지만 지적장애인들은 한계가 있다. 야학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이에 착안해 수학이나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연극을 통해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해 연극 수업을 하고 있었고, 매년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연극을 보게 됐고, 인천에서 지인들끼리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인권연극제’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극에서는 미술, 음악 효과를 넣는 등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우 보기 좋다.

Q : 2회 인권연극제도 모두 끝이 났다. 이번 연극제는 어떤 것 같나
이번에도 망했다. 인권연극제는 안정적으로 행해지지 않는다. 또 무거운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매진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또 관객들이 거의 없기도 하다. 찾아주는 관객이 없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전혀 없다. 다가올 3회는 좀 더 깊이 있고 진중하게 인권에 대해 다뤄낼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리고 인권연극제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인권연극제가 잘 돼서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지지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리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