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괴물’들이 출연했다. 사람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인간들은 모두 괴물이 돼버렸다.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진 오싹한 처녀귀신, 입술 주변의 빨간 피가 돋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드라큘라. 거리에는 괴물들이 넘쳐났고 신이 난 괴물들이 신촌을 점령했다.

괴물들과 함께한 신촌의 밤

지난달 31일 신촌의 밤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괴물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무언가’가 주최한 ‘할로윈 페스티벌’ 덕이다. 무언가는 신촌을 바꾸고 싶은 일종의 도시기획자, 축제기획자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이번에 개최된 할로윈 페스티벌 이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촌 물총 축제’, ‘커플런’ 등과 같은 소셜 페스티벌을 개최한 바 있다. 무언가 한길우 대표는 “할로윈 데이는 일반 사람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일종의 변화할 수 있는 기분을 선사해 주고자 신촌에서 할로윈 페스티벌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할로윈 페스티벌

신촌의 큰 대로를 중심으로 열린 할로윈 페스티벌에는 부스들이 줄지어 이어져있었다.
한 부스에서는 솔로들을 위한 공포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깜깜한 부스에서 모르는 이성과 빼빼로 먹기, 풍선 터뜨리기 등의 미션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파티 플래너를 지망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레드썬’에서 기획한 것으로, 무언가와 함께 할로윈 페스티벌을 만들어 가고 싶어 자원했다고 밝혔다. 레드썬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병일(26) 씨는 “할로윈 데이인 만큼 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무언가에서 할로윈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로윈 페스티벌을 보다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이색적인 부스도 눈에 띄었다. 바로 헌혈 홍보 부스다. 헌혈 관련 퀴즈 맞추기, 헌혈에 대한 생각을 쪽지로 남기기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헌혈 서포터즈에서 진행한 것이다. 헌혈 서포터즈 임철우(24) 씨는 “할로윈 페스티벌에서 헌혈을 홍보한다면 현혈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거나 거부감이 드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한 할로윈 페스티벌

괴물들이 좋아하는 어둠이 더 짙어졌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할로윈 페스티벌에서는 더 다양한 이벤트들이 실시됐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은 스트릿 클럽이었다. 거리에 울리는 빵빵한 사운드와 화려한 불빛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할로윈 퍼레이드의 봉사자를 자원한 조영훈(24) 씨는 “스트릿 클럽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처음에는 참가료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무료로 개방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할로윈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인간 대 비인간의 줄다리기였다. 괴물들, 술 마시면 동물로 변하는 사람들 등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비인간 측에 섰다. 할로윈 페스티벌을 즐기던 이보미(20)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할로윈 페스티벌을 알게 됐다. 할로윈 데이는 외국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축제를 실시하게 된 것이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무언가 한길우 대표는 “이번 페스티벌은 시민들이 주체가 됐다. 실제로 기업의 후원을 일체 받지 않았고 페스티벌에 관심 많은 봉사자들의 자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신촌이라는 지역의 문화가 가지는 특징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년에는 이 점을 보완하여 페스티벌 개최를 계획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류송희 기자 dtp0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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