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개의 체온은 사람보다 1℃ 높다. 그 때문일까? 갑작스레 찬바람이 들이닥쳤던 지난 10월 31일, ‘독스포츠페스티벌’이 진행된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은 다른 곳보다 딱 1℃ 만큼 더 따뜻했던 것 같다. 개들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잔치를 벌이는 모습에서 훈훈함이 느껴졌다.


1℃의 열기

오전 열시. 행사장 중앙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스포츠독쇼가 시작됐다. 참가견들은 여러 묘기를 선보이며 들뜬 모습으로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동작과 동작 사이 잠깐 흐름이 끊길 때조차 몸을 부산스레 움직이며 주인을 재촉하는 참가견들을 보니 사람뿐 아니라 개들도 진정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독쇼에 이어 사람과 개가 함께 달리는 반려견 건강달리기대회가 진행됐다. “똘이야! 여기야! 여기! 엄마 여깄네!” 결승선 근처에서 열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아주머니의 딸과 똘이라는 강아지는 결승선을 향해 내달렸다. 어린이 참가자들의 경기가 끝나고 성인 참가자들의 경기가 이어졌다. 추운 날씨 탓에 몸이 굳었는지 뛰다가 넘어지는 사람들도 꽤 자주 보였다. 하지만 일어설 때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았다.

행사장에 설치된 부스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무료로 반려동물의 건강상담을 해주거나, 미용을 해주는 부스도 있었다. 다른 부스에서는 간식을 비롯한 애견용품을 팔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마라톤인 캐니크로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한 참가자는 “애견용 의약품 부스에 들러 영양제를 구입했다. 들러볼 만한 부스가 많아 좋다”고 전했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 유기견 보호소에 전달할 기부금을 모으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1℃의 아쉬움

반려견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한 A씨는 “야외로 나와 다른 개들과 함께 있으니 반려견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A씨와 같이 반려견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체로 즐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반려견 없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반려견 없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페스티벌 현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반려견 없이 찾아와 스포츠독쇼를 관람하던 몇몇 사람들마저 공연이 끝나자 자리를 떠났다. 공연이 끝난 뒤 B씨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지만 반려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참여할 거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B씨의 말대로 독스포츠페스티벌에는 반려견과 함께 달리기, 애견용품 판매, 애견미용 등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들이 주류를 이뤘다. 개를 키우지 않거나 사정이 있어 데리고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내년에도 한다니 ‘다행이다’.

“비슷한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취소가 돼서 다른 행사를 알아보다가 독스포츠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C씨의 말이다. 이처럼 소셜 페스티벌들은 갑작스레 개최를 취소해야 할 정도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독스포츠페스티벌을 기획한 엔비즈펫 서영택 대표 역시 “이번 페스티벌에서 축제 부스 배정 시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생각보다 적자가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서 대표는 “독스포츠페스티벌은 단순히 수익을 좇는 행사가 아니다.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반려동물 선진문화 정착을 목표로 매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하는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2016 독스포츠페스티벌은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


전재영 기자 jujaya92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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