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학생회에서 시작된 학생회비 횡령 사태가 소모임까지 퍼졌다. 횡령을 비롯한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질 때마다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과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은 수많은 학생들의 놀라움과 비판으로 채워졌다. 동시에 학생회비의 투명성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 단과대 및 학부 · 과의 회장단인 대의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지난달 15일 열린 제4차 정기대의원회의는 평소 길어야 2시간이면 끝나던 것과 달리 4시간동안 쉬는 시간 한 번 없이 이어졌다.

이번 대의원회의의 목적은 경영대 학생회의 징계뿐 아니라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였다. 회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까지도 지쳐버릴 정도의 마라톤회의 끝에 확정된 것은 강제력 없는 권고안 하나였다. 경영대 사태의 재발을 막고 학생회비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어떤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못했다. 학부 · 과 학생회 스스로 학생회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대의원회의의 결론이라면 결론이었다.

물론 학생회비 횡령과 같은 사태는 극히 일부의 일이며 대부분의 학생회는 부족한 예산에서도 어떻게든 더 많은 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하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비의 사용을 감시하는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동안 학부 · 과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확인할 방법은 학생총회 때 간단한 브리핑을 듣는 것이 전부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경영대 사태는 그 정도로는 학생회비 횡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영대 학생총회 때 조작된 통장사본과 사용내역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한 대의원의 말처럼 학부 · 과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학생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중앙운영위원회는 오는 13일까지 각 학부 · 과 학생회에게 학생회비 투명성 확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를 요청했다. 이를 수합해 이번 달 중으로 게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각 학부 · 과에서 어떤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학생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회비 하면 항상 나오는 대답이 “굳이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당장 내년에 이런 대답을 듣는 16학번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윤진호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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