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사들을 통해 노동인식, 노조문제 등 노동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들을 분석했다. 노동 전반에 각종 문제들이 겹쳐 있어 해결책을 찾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노동권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면 5등급보다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노동권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동권익연구센터 류한승 팀장과 건설노조 소생희 쟁의차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고 중요한 쟁점별로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현실적 노동문제 교육의 기회 제공해야

 소 차장 :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노조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본인이 부당한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혼자서는 해결 못하겠다며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노조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노조에 가입을 하러 온다. 노동자가 입는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
노동교육에는 근로기준 등의 전반적인 노동관련 법률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노조의 권리나 단체협약 등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노동교육은 사용자, 노동자 양측의 입장을 담아야 한다. 노동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사용자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교육과정에 없다면 사회에 나가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노동권을 보장할 수 없다.
노동교육이 한쪽에 쏠리지 않고 노동자와 사용자 양쪽 입장에서 노동권을 학습할 기회를 줘야한다.

류 팀장 : 서울시에서는 청소년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근로계약서나 최저임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강의식 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노동교육은 그런 수업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스스로 노동권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을 체험해보는 참여형 교육이 중요하다. 부당한 현실을 인지하고, 느끼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한데 이는 강의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보고 토론하며 대응해보는 방식으로 습득해야 한다.
노동교육을 통해 얻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당한 일을 겪거나 노동 권리를 침해 당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이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표현력, 협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갈등해결력이다.


노동권 지키지 않는 곳에 처벌 강화해야

류 팀장 : 한국노동현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모두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노동문제가 개선되기도 어려운 구조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권 문제다. 이는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많지 않은 벌금을 물거나 권고사항에 그쳐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얘기를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소 차장 :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처벌이 엄격히 집행돼야 한다. 노동법만 지켜져도 노조의 상황은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노조를 보호하고자 하는 법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훨씬 많다.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세금을 내며 노동자들이 지켜야 하는 법을 다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 측은 근무도 성실한 노동자에게 임금 지급을 미루고 갑자기 해고를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불안, 노동분배가 악화되도록 내버려 두면 노동이 위태로워진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심하면 노동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노동환경의 방향 재고해야

류 팀장 : 최근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의제가 넓어져 과거 노조를 통해 임금이나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기업과 투쟁하던 시절과는 달라졌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노동운동은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열정페이’, 여성노동자 차별, 감정노동과 같은 목소리도 반영하려 하고 있다. 기성노조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소외된 노동자들인 알바생이나 인턴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노동운동이 노동자 전반을 대표할 수 있도록 힘을 가져야 한다.

소 차장 : 노동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 ‘귀족노조’라며 노조를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 고임금에 주목해야 할 것이 아니라 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노동운동을 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월급만 갖고 너는 돈을 많이 받으니까 귀족노조라고 말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본전을 찾기가 힘들다.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고 해서 노동권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글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사진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