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현상인 ‘양자얽힘’의 결정적인 근거가 증명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현상을 부정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사실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그 무엇도 자신의 상대성이론에 위배될 수 없다고 말했던 아인슈타인이 놓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양자얽힘의 기이함

‘양자얽힘’이란 두 개의 미세한 입자가 거리와 상관없이 한 입자가 변동하면 다른 한쪽의 입자가 즉시 신호를 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양자얽힘이 발견됐을 당시 물리학자들은 이를 ‘장거리 유령현상’이라 불렀습니다. 1920년대에 물리이론만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양자얽힘에 따르면 실험대상을 관찰하기 전의 두 양자는 상태가 결정돼있지 않다가 관찰이 이뤄지는 즉시 상태가 결정됩니다. 관찰에 의해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는 그 즉시 나머지 입자가 반대의 상태를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달을 쳐다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라며 실험자체만으로도 관측대상에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해할 수 없었던 또 다른 특성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국소성’에 위반된다는 부분입니다. 얽혀있는 두 입자는 공간적으로 분리했을 때 서로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며 이는 기존의 물리학의 국지적인 개념을 부정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각종 확률함수와 불확실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이 현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결국 틀린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 현재 상용화된 양자 컴퓨터

서서히 벗겨지고 있는 양자얽힘의 베일

벨, 버클리 등 물리학자들은 양자얽힘에 대한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양자얽힘 현상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실험 과학자들이 밝혀낸 얽힘 현상에 의하면 거리가 무한히 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입자 간의 상호작용이 유지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났습니다. 그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어도 얽혀있는 입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채 마치 한 몸처럼 신호를 전달 받았습니다. 지난달 29일 독일의 딜루크 공과대학 연구소에서는 얽혀있는 두 양자를 1.4km 떨어진 곳에 배치한 후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없게 통신을 차단한 채 신호가 이어지는지 확인해보는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비교적 장거리에서도 실험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다시 한 번 두 개의 입자가 얽혀져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양자얽힘을 해석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이를 응용한 기술 분야의 연구도 꾸준히 진행돼왔습니다. 양자전송, 양자컴퓨터 등의 기술이 그 중 하나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그 중 양자 순간이동은 광자의 양자 얽힘을 이용해 양자정보를 한 곳에서 사라지게 한 뒤 다른 곳에서 나타나게 하는 전송 방법입니다. 이 기술은 양자컴퓨터와 양자 통신 등에 응용됩니다. 즉 데이터 텔레포트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험 중 얽힘현상을 이용해 양자를 전송할 때 일부 정보가 손실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자가 성공적으로 전달될 확률이 극히 낮았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31일 포스텍 연구팀에서는 정보 손실량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양자정보기술을 발전시킬 새로운 기반을 찾아낸 것입니다. 

양자얽힘으로 풀어본 미래는 밝습니다. 양자를 이용해 통신망을 구축하면 뛰어난 성능은 물론 더욱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정보통신망에서는 누군가 정보를 열람했다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자얽힘의 특성에 따라 누군가 정보를 찾아보는 즉시 암호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암호가 변함에 따라 누군가 정보를 감시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개인정보의 보안이나 정보접근의 취약성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 양자얽힘 이론은 기존의 물리학에 위배돼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남아있습니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그 비밀을 풀어내려는 시도를 계속 행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올때까지 미세한 양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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