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들여다보면 참 괜찮은 직업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사회생활의 시작을 소방조직에서 해보는 것이 어떠할지를 고려해보기를 권한다. ‘웬 소방관?’이라는 엉뚱한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살펴볼수록 여러분은 또 다른 기회의 장에 들어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소방관은 말벌에 희생되고, 불 끄다가 크게 다치면서도 보상받지 못하고 심지어 작업용 장갑까지 작은 봉급에서 쪼개서 구매해야하는, 연기에 쩔은 땀투성이의 얼굴에 생수를 들이 붓고 다시 불속으로 뛰어드는 가여운 영웅이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를 부각시킨 영상일 뿐 일반적인 소방관의 일상과는 큰 거리가 있다. 

‘소방관’이  어떤 직업보다 다소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분의 직업 선택에 영향을 줄 정도는 절대로 아니라고 본다. 소방간부(6급 상당)의 시험은 사법고시보다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굳이 수년간 준비하여 ‘간부’로 가지 않아도 소방사로 출발하여 열심히 하면 탄탄한 지휘관의 길로 갈수 있다.

서울의 소방관은 6천 명 정도이다. ‘소방사(9급 상당)’로 시작하면 시험에 의한 고속 승진루트가 마련되어 있어 불과 수년 만에 간부직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 직무내용을 보자면 진압이나 구급, 출동 이외에도 예방검사 인허가, 정보통신 등 다종다양한 업무가 체계화되어 있다. 또한 소방은 민간이나 공공을 통틀어 여성직원에 대한 인권적 배려가 가장 앞선 조직이다. 여성소방관 수는 전체 5% 미만이지만 그래도 작년에 최초 여성소방서장이 탄생했고 앞으로도 계속 여성소방서장이 보임될 것이다. 급여는 공공업무 중 높은 편이며, 조직특성상 건강과 체력관리가 각별하다. 강가든 산속이든 시가지이든 근무 지형은 다양해도 아무튼 서울시내에서 평생을 일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가운 일은 건축, 세무처럼 특정 전공학과와 연관된 조직이 아니다보니 학생들이 ‘소방’에 대해 아무런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왠지 ‘소방직’은 그저 3D 직군이라는 이미지에서부터 애당초 검토대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이라면 약간(?)의 체력보강과 약간(?)의 수험준비로 합격할 수 있을 텐데, 경력이 쌓일수록 세계적인 도시 서울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서울에는 23개의 소방서가 있으며 소방서장직은 무려 40~50만의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중요한 포스트이다. 세계 어디를 여행가도 소방관(Fire Fighter)은 한 가족처럼 통한다.

가까운 소방서에 들러서 ‘소방관 인생’을 물어보는 것은 어떤지. 서울의 소방서장급 이상 약 30명 중 절반 이상이 서울시립대의 석사학위 소지자이다. 여러분에게도 소방관이 되면 석·박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더 탄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통해서 자신을 검증받고,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을 때 여러분의 검토직군에 꼭 ‘소방관’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세상을 위해서나, 서울을 위해서나, 여러분을 위해서나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윤명오(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재난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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