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가 과도한 선정성과 음란물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일부 독자들은 연재중지 운동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연재중지 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중 콘텐츠에 대한 퇴출운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웹툰 <뷰티풀 군바리> 논란을 되짚어보자.

여성이 군대를 간다면?

⊙ 국승인 기자(이하 국): <뷰티풀 군바리>는 여성에게 병역 의무화가 이뤄졌을 때를 가정한 만화다. 처음 <뷰티풀 군바리>를 접했을 때 징병제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과 개인의 독특한 발상이 만난다면 현실성과 만화적인 상상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하게 여성의 몸매를 부각하는 그림체가 눈에 거슬렸지만 초반에는 정치 풍자를 비롯해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김태현 기자(이하 김): 나의 경우 <뷰티풀 군바리>를 처음 볼 때부터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뷰티풀 군바리>의 풍자가 적절한 풍자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가령 초반에 여성들이 출산과 가사의 부담이 있어 군가산점을 달라고 요구하고 그 모습을 비웃는 남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과거 실제로 있었던 군가산점 관련 토론에서 남성 토론자의 말을 비웃었던 여성 참가자를 비꼰 것이다. 굳이 이 장면을 패러디한 것은 다분히 ‘입장 바꿔 생각해라’는 의도가 보인다. 위헌 판결까지 난 군가산점제는 입장 바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뷰티풀 군바리>는 입장 바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 것에 계속해서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한다. 

잘못된 표현, 빈약한 살붙이기

⊙ 김: 무엇보다 가장 문제인 것은 극에서 묘사하는 여성들의 군생활이 현재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루어진 군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남성 군대에서 남성을 '여성'으로 그대로 치환했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군비리와 부조리들을 아무런 비판 없이 여성 주인공들을 통해 재생산한다.

⊙ 국: 이 웹툰에 ‘여성’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전혀 나타나있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선임에게 복부를 맞고 쓰러질 때 묘사되는 눈물, 침 등의 분비물이나 동공이 풀리는 표현들이 나오는 장면은 일본의 성인 만화와 닮아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여성성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작가가 여성을 그릴 때, 여성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남성의 눈에서 본 여성을 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령 여성 등장인물이 과자를 못 먹는다고 징징거리는 모습은 '여성들이 과자를 유독 좋아한다'는 남성들의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콘텐츠 중단 운동 과연 옳은 것일까

⊙ 국: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의 <뷰티풀 군바리> 연재 중지 요청도 논란이 되고있다. 과연 개인의 창작권을 소비자들이 침해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에게는 자유로운 비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권리가 창작자만이 갖고 있는 지적재산권 내지는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 김: 그렇지만 연재 중지 요청을 하는 것 또한 소비자의 권리다. 소비자가 연재 중지를 요청하는 것이 비판의 영역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연재 중지를 요청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블로그나 사적인 커뮤니티에 작품을 연재할 수 있다. 연재 중지 요청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콘텐츠가 잘못됐음을 공론화하는 것이고 그런 류의 작품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져 있는 것이다.

⊙ 국: 공론화될 정도의 윤리적 어긋남이 발견된다면 대중은 자연스럽게 등을 돌릴 것이다. 강제적 제재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문제를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는 데 그친다. 사회적 합의 없이 강제로 사라진 콘텐츠는 그 지지자들에 의해 언제라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해당 콘텐츠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속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고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뷰티풀 군바리> 논란이 주는 메시지

국: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창작자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콘텐츠는 창작자의 것만이 아니다. 콘텐츠는 생산된 순간부터 소비자와 창작자 모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창작물에서 강조되는 것이 독자와의 소통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창작자도 대중 콘텐츠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고려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창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작품이 잘못된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뷰티풀 군바리>의 작가가 작품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정리_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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