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그간 ‘안녕’을 외치던 서울이 ‘너와 나’사이로 스며들게 됐다. 서울을 대표하는 새 슬로건, ‘I·SEOUL·U’가 탄생한 것이다. 이 슬로건을 제안한 이하린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활기차게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서울을 나와 네가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그 의도를 밝혔다. 서울시는 I·SEOUL·U가 세계적이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인 서울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며 슬로건의 의미를 밝혔다.

도시의 브랜드, I·SEOUL·U

I·SEOUL·U는 서울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슬로건으로 선정됐다. 도시를 브랜드화 해 마케팅한다는 개념은 낯설 수 있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뉴욕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도시브랜드인 I♥NY(아이러브뉴욕)의 경우 뉴욕 시민들의 사랑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I♥NY이 새겨진 각종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더 나아가 뉴욕을 생각하면 I♥NY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현 대표는 “관광수입이 각 국가에서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게 됐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하루안에 다른 도시를 갈 수 있는 지금, 각 나라들은 관광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각 나라에서는 도시의 매력을 극대화시켜 그 상품을 팔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그 나라 자체에 대한 유명세 때문에 도시를 찾아갔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마케팅 돼있냐에 따라 도시를 찾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럽인들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는 서울, 동경, 북경 중 여행 갈 장소를 정한다고 했을 때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있다면 그것이 그들의 행위에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I·SEOUL·U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I♥NY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티셔츠, 텀블러 등 다양한 관광 상품에 사용되는 것이다.

산 넘어 산, I·SEOUL·U

하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에 I·SEOUL·U가 넘어야 할 산은 무척 높아 보인다. 여론의 비난은 생각보다 거셌다. 서울시는 “미래의 도시브랜드는 Being이 아니라 Doing의 개념으로 브랜딩 돼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도시브랜드가 좋은 브랜드이며 받아들이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석의 여지는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며 I·SEOUL·U는 온 국민의 조롱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SEOUL’을 동사형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며 I·SEOUL·U에 ‘나는 너의 집값을 올리겠다’, ‘나는 교통체증으로 널 짜증나게 하겠다’ 등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콩글리시’라며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슬로건이라는 비판과 의미가 한 번에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아 해석이 불가하다는 비판으로 I·SEOUL·U는 뭇매를 맞고 있다. 방기쁨(25) 씨는 “외국인 친구에게 I·SEOUL·U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전혀 해석하지 못했다. 관광 상품으로 쓰이는 도시 브랜드인 만큼 좀 더 국제적인 슬로건을 선택했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대중들의 외면이 계속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과정의 투명성’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시민이 선택한 브랜드라며 I·SEOUL·U를 홍보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 받는 등 시민 주도형 브랜드 개발을 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시민 주도형 브랜드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박재현 대표는 “처음 들어왔던 공모작들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모두 거르고, 결과적으로 ‘I·SEOUL·U’, ‘seouling’, ‘SEOULMATE’ 등 3개의 슬로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니 불만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르기 싫은데 억지로 골라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라며 “토너먼트 대진처럼 모든 과정을 시민이 함께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공모만 오픈과정으로 받아놓고 선정과정은 비밀리에 하는 것은 시민공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이희정 교수는 “브랜드는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케팅의 노력을 통해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이를 브랜딩의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I·SEOUL·U의 경우 성숙의 시간 없이 브랜드를 만들어놓고 홍보를 하려 하니 시민들의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떤 스토리를 담아내느냐가 관건

서울시는 새 브랜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8억원 가량의 비용을 소비했다. 따라서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다고 해서 브랜드를 철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박재현 대표는 “처음부터 잘 된 도시브랜드는 없다. 어느 도시브랜드나 초창기에는 반대가 있었다. 지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들은 다 세월이 지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니 잘됐다고 인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많은 반대를 이겨내고 서울의 대표 브랜드로 I·SEOUL·U가 자리 잡으려면 반대를 뛰어넘는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브랜드에 ‘스토리’를 집어넣는 것이다. 실제로 I♥NY의 경우 초반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후 I♥NY의 진가가  2001년 9.11테러 때 한 번 더 발휘된다. 세계인들이 I♥NY을 연대의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렇듯 I♥NY은 뉴욕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브랜드 ‘I amsterdam’ 역시 초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구의 절반이 외국인인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도시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박재현 대표는 “다른 지역의 도시브랜드는 모두 대표적인 스토리가 있다. I·SEOUL·U 역시 대표적인 스토리를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도시브랜드가 갖는 스토리에 주목했다. 이어 “서울시가 나눠주는 홍보물을 보면 I와 U사이에 숭례문을 집어넣기도 한다. SEOUL자리에 다양한 것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취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다양한 걸 넣기보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하나만 넣어 우리 시민들,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

박재현 대표는 “브랜드는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키워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름은 이미 만들어졌고, 철회가 어렵다고 하면 이제 이를 어떻게 글로벌한 파워브랜드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만들어졌으니 잘 키워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희정 교수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지 공급자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며 “공급자의 의도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철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즉 서울시에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도 시민들이 반대를 할 경우 I·SEOUL·U는 철회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I·SEOUL·U는 점차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이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철회할 것인가, 키울 것인가. 혹자는 여전히 망신스럽다며 비판을 할 것이고, 혹자는 수용하고 이를 키워나갈 것이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글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사진_ 서울특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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