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시위자를 보호해주는 다른 시위자들
지난 14일 시청과 광화문 일대는 물바다가 됐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했다. 물대포 속 최루액과 캡사이신 때문일까. 시위자들과 시민들의 눈물 역시 곳곳에 뿌려졌다.  

이날 오전 서울 곳곳에서 청년, 노동자, 빈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사전 집회를 열었다. 사전 집회가 끝나자 시위자들은 한 장소에 모이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시위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찰의 길고 높은 차벽이었다. 차벽에는 콩기름을 바르고 바퀴 휠을 실리콘으로 채우는 등 시위자들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어 조치가 취해져 있었다.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줄을 묶어 당기기 시작했고 경찰은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액과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발사했다. 물대포는 모두에게 가혹했다. 물대포는 시위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뿌려졌다. 물대포를 맞지 않아도 바람을 타고 날아온 캡사이신과 최루액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기침을 끊임없이 했다. 기자를 포함한 주변의 시민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닫힌 차벽은 열릴 줄 몰랐다. 시위대의 진입을 쉽사리 허락해주지 않은 차벽은 일반 시민들의 통행 역시 허락해 주지 않았다. 퇴근길, 차벽에 의해 갇혀버린 시민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차벽 앞에 구급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친 시위자를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 또한 차벽 너머로 갈 수 없었다. 구급차는 시위자들이 터주는 길로 환자를 운송해 갔다. 구급차가 부상자를 싣는 과정에서도 물대포는 그치지 않았다.

대치가 길어짐에 따라 경찰과 시위자들의 충돌은 점차 커졌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 버스가 부숴지는 등 폭력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민들은 몇몇 경찰 버스에 압류를 뜻하는 빨간 딱지를 붙였다. 

▲ 시위 과정에서 파손된 경찰버스
버스 위의  의경들이 시위자들 안으로 떨어져 급박한 상황도 연출됐다. 혹여나 이들에게 폭력이 발생할까 걱정한 시위자들은 “때리지 마세요”를 연신 외치며 경찰들을 둘러싸 보호했다. 시위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의경들에게 물을 건네주기도 하며 다른 경찰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열다섯 차례의 해산명령 끝에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에서는 14일 22시 56분에 집회를 공식 해산했다. 시위자들의 목소리는 결국 차벽 너머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49명이 입건됐으며 경찰은 이 중 8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일부 분노에 찬 시위자들로 인해 시위는 결코 평화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시민들과 경찰은 ‘적’이 됐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하는 공권력은 순식간에 시위자들뿐만이 아닌 일반 시민들까지 위협했다. 시위자들의 목소리에 담긴 안건들은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토론돼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다. 깨져버린 버스 등 폭력적인 양상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들을 폭도라 정의내리기 힘든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글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사진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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