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지지 못한 그날의 목소리

▲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동정책을 규탄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11월 14일 12시 서울시청 앞 광장은 노동자들이 들고 있는 풍선으로 가득 찼다. 전국에서 모여든 각계의 교육, 건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하 노조) 단위로 모여 분홍색 조끼를 입고 풍선을 든 채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날 광장의 모습은 전태일 열사가 청계광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던 45년 전 청계광장의 모습을 재연한 듯 했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동현실에 대해 각종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무색할 만큼 지금 노동현장은 무법천지가 됐다”고 발언했다. 이어 각 노조 대표들은 부당한 처우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했다.

집회 현장의 홈플러스 노조의 모습은 부당 해고에 맞서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을 다룬 웹툰, <송곳>에서 보여주는 노조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총파업을 선언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본사 MBK와 협상하기 위해 수차례 농성을 해왔고 본사 앞까지 와서 노동권을 외쳤다.

홈플러스직원들은 경영진이 바뀜에 따라 정리해고 위기에 처했다. 이날을 위해 각 지방의 100개가 넘는 점포의 직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상경했다. 홈플러스 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고용안정을 보장 받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촉구해왔지만 MBK는 끝내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홈플러스 비정규직노조조합원 A(45) 씨는 “우리 노동자들은 광장에 모였고 집회라는 의사표현의 방법을 통해 부조리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렇게 수만 명이 한자리에서 부당한 일을 호소하는 것을 보니 동질감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사연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뿐 아니라 많은 노조들은 공통적으로 강도 높은 노동환경과 경영진의 부조리에 대해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어긴 과도한 노동시간과 부당한 처우를 감내해야 했다. 이런 노동자들 중에는 대학노조도 있었다. 대학 교직원들은 대학의 부조리에 대해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거세게 비판했다. 대학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사학비리 문제는 정부가 방치하고 심지어 비호하기까지 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규탄했다. 국공립대학 교육노동자들의 원성도 있었다. 이들은 「국립대학 회계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퇴직해야 했고 상당액의 임금을 삭감당했다. 이들은 “대학회계직원 처우개선약속 즉각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민중총궐기에 참가하기 전부터 각 노조들은 저마다의 요구를 외쳐왔다. 하지만 어떤 것도 반영 되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노동정책만 생겨났다. 노동계에서 가장 억압받고 있는 수만 명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모여들었고 집회현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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