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공약 평가]초심 지킨 소통, 초점 잃은 공약

선거운동 당시 클로즈업은 ‘총학다운 총학’을 슬로건으로 요구, 복지, 행사, 소통 4개의 분야에서 총 16개 공약을 약속했다. 과거 대학언론 3사가 주최한 총학생회 후보 간담회에서 조창훈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이 다년 간에 걸쳐 요구해 왔던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총학생회라면 과연 진정한 총학생회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클로즈업의 공약들은 어떻게 이행됐을까.

 
요구 영역, 7개 중 5개 공약이 ‘파기’

클로즈업의 공약 중 가장 중요한 분야는 요구 공약이다. 요구 공약은 총 7개로 전체 공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공약이다. 간담회 당시 한옥규 부총학생회장은 “다른 총학생회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좀 더 전문적으로 요구를 하겠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구 공약들 중 실질적으로 반영된 공약은 사실상 없다. 대부분이 폐기되거나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클로즈업의 ‘교양과목 확대 요구’는 방향이 전환됐다. 우리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아 교양과목 수가 줄고 대형강의가 급증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클로즈업은 이를 “충분한 근거를 갖고, 서울시장님께 교양과목 확대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 3천 명의 서명을 받아 교양강의 확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약속했다. 
공약 이행을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전에 목적이 달성돼 버렸다. 총학생회장은 “서울시의회에서 2~3년 내에 우리대학의 전임교원을 확충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쉽게 실현돼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변경됐다. 총학생회장은 “교양과목 기획단을 운영하며, 관련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운영위원장 강연 개최 ▲시험 부정행위 방지 대책 마련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박원순 운영위원장 강연 개최는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시험 부정행위 방지 대책 마련은 제도적으로 보완된 부분이 없었다.

대학행정정보시스템(이하 WISE) 관련 공약인 ▲WISE로 받아보는 꼼꼼한 성적표 ▲WISE를 통한 계절학기 강의 개설 신청 ▲WISE를 통한 학과 세미나실 대여 역시 모두 예산상의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다. 후보 당시 한옥규 부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이하 광장)’에서 “교무과와 전산정보과에 WISE 공약 관련 문의를 했다”며 “전산정보과의 경우 교무과와 협의하여 그 내용을 전달하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약들은 전부 파기됐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전산정보과에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교무과와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중앙도서관 스터디룸 책임제’는 현재 논의 중이다. 이 공약은 스터디룸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고성방가, 음식물 섭취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총학생회장은 “1학기 교학협의회에 관련 내용을 상정했다. 중앙도서관 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전산상의 이유로 당장 시행하기 어려웠다”며 “곧 있을 2학기 교학협의회 때 다시 관련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공약, 학생 만족 이끌어내 복지 공약, 뚜렷한 성과 없어

행사 공약인 ▲e-Sports 대회 개최 ▲기존 행사 내실화는 학생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설문조사 결과 38.5%의 학생들이 ‘행사(대동제, 새터 등)의 기획·진행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존 행사 내실화 공약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한 학생이 46.8%로 절반가량이었다. 이에 비해 e-Sports 대회 개최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족한다고 대답한 학생이 34.9%였으나, 이행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22.6%를 기록했다.

클로즈업은 학생 복지를 위해 총 5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것은 ‘임시 남학생 휴게실 신설’이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46.6%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중앙도서관의 소음, 온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숙/에정남 캠페인’ 공약은 중앙도서관의 전반적인 환경을 위한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총학생회장은 “1학기 중앙도서관에 상주하며 정숙 캠페인을 진행했고, 2학기에는 사석화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며 “또한 중앙도서관 측과 협의를 통해 중앙도서관 환경 개선과 관련한 방안을 어떻게 구성할지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 중 42.2%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다른 복지 공약들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군대설명회’ 공약의 경우 군입대 관련 설명회를 기획했으나 참가자는 단 1명이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시대생활백서(진로안내서) 발간’은 제작되지 못했다. 당초 공약을 계획할 땐 우리대학을 졸업생들의 도움을 얻고자 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 100주년을 기념하여 고학번 선배들의 도움을 얻어 ‘100년 전 시립대는 어땠는가’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신맨’ 공약은 교내 활동에 대해 매월 카드뉴스 형식으로 소개하는 공약이다. 현재까지 관련 공약을 세 번 이행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부끄럽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유용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아이디어 회의만 길어져 해야 했던 횟수보다 적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통 공약의 경우 ‘글담 문화 활성화’ 공약은 학생 36.3%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학생 27%가 이행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러닝 오피스’ 공약은 학생 27.3%가 만족했다고 답했으나, 학생 39.3%가 이행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법 결여돼 “공약이라 볼 수 없어”

클로즈업은 모든 공약을 이행했다. 그렇지만 해당 공약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요구 공약 중 5개의 공약은 요구는 했으나 반영되지 못했고, 복지 공약은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했다. 이에 대해 정책 공약을 평가하는 단체인 한국 메니페스토 실천본부 이광재 총장은 클로즈업의 공약들이 애초에 부실했던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총장은 “요구는 총학생회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 요구가 아니라 구체적인 협약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선거 공약을 설계할 때 체계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1년 안에 끝낼 수 없더라도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합의서가 담긴 내용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기존 행사 내실화 같은 것은 공약이 아니라 슬로건이다. 어떤 부실에 있어서 어떻게 내실화 시키겠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며 “총학생회 공약도 정책공약 완결성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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