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에서 미세먼지를 외치다
간단한 토론 안내를 진행하는 개회식이 끝난 후 1차 토론이 시작됐다. 원탁에 둘러앉은 10여 명의 사람들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1차 토론에서는 △대체 에너지 비율 높이기 △초대형 분수 설치하기 △지하철 산소열차 운행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250여 개의 원탁에서 시민들이 내놓은 의견들은 실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에 계속해서 올라왔다. 토론 초반에는 이토록 많은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스크린에 쌓여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며 서울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차 토론은 ‘왜 우리는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에 참여한 조유민(17) 씨는 “현 세대는 미래세대로부터 자연환경을 잠시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훼손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한자원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부터 환경운동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원탁에 앉아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아고라에 와있는 느낌을 받았다.
총 두 번에 걸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이천개 가량의 의견을 제시했다. 원탁 여기저기서 수많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어 광장은 시끌벅적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지금까지 정부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등 미세먼지의 원인 파악도 제대로 못했다. 원인을 모르니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광장에 몰려나온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서울 거주 외국인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내는 목소리로 광장은 한시도 숨 쉴 틈이 없었다.
서울시는 이번 대토론회를 계기로 시민정책 참여형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이라는 또 하나의 아고라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이러한 문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울시가 말한 바와 같이 또 다른 도시문제가 발생해도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해결책을 토의하는 자리가 재차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글_ 오성묵 수습기자 sungmook123@uos.ac.kr
사진_ 서지원 수습기자 sjw_101@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