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칼날은 어디로 향해 있습니까
<방황하는 칼날>은 기형적인 구성으로 제작된 추리 영화이자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는 살인범과 살인동기 등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살인자도 살인동기를 감춰두고 이를 밝혀내는 일반적인 추리 영화의 구성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추리 장르의 형식을 벗어난 이 구성은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를 더 잘 부각시킨다. 영화를 보노라면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영화는 상현의 가족을 먼저 보여준다. 매일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상현은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이를 표현하는 데 서툴다. 그런 상현의 딸이 살해당했다. 성폭행당한 채로. 영화는 그렇게 상현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본다. 상현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딸을 죽인 아이들은 ‘죽어 마땅’하다. 실제 <방황하는 칼날>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딸을 죽인 18세 소년들을 살해한 아버지의 살인이 정당한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2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유저가 참여한 이 투표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현을 옹호한다. ‘그래도 살인은 잘못된 행동이다’에 투표한 사람은 8.5%에 그쳤다.
“내 딸을 죽인 소년 나까지 용서해야 합니까?”
영화는 대중에게 오락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와 동시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방황하는 칼날>은 영화 그 자체로도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많은 세대가 걸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모순점을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의 제목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들고 있는 칼은 정의를 상징한다. 영화가 말한다. “정의의 칼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의 칼날은 어디로 향해있습니까?” 평상시 우리나라의 법이 갖는 모순적인 모습이나 불합리한 행태에 의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시각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도가니> (황동혁 감독, 2011)
- <돈크라이마미> (김용한 감독, 2012)
- <한공주> (이수진 감독, 2014)
김승환 기자 ktaean5445@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