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동안 여러분 곁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익숙한 친구들부터 얼굴만 아는 사이인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마주한 사람 등 여러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또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두고 여러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애착 이론’입니다.

1950년대에 시작된 애착 이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감정인 애착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자기와 타인에 대한 표상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애착 유형을 △안정형 △거부형 △의존형 △회피형으로 구분합니다. 먼저 안정형은 애착 시스템이 균형있게 기능하는 가장 이상적인 애착 성향입니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합니다.

다음으로 거부형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타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표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점에서는 안정형과 유사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높은 독립심을 가진 이들은 가까운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이 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존형은 거부형과는 정반대입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작동 모델을, 타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작동 모델을 지닙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친밀한 관계를 지나치게 요구한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낮은 자신감과 자아 존중감을 채우기 위해 자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인받으려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피형 애착 유형은 최근 여러 심리학 도서나 에세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 화두로 오른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표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믿는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피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려질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애착 유형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애착 유형은 아동기에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애착 이론을 창시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는 “애착은 유아와 양육자 사이에 초기 관계의 질에 의해 만들어지며 이때 애착 형성이 잘 안 되면 정서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동 연구를 통해 탁아소나 아동 보호소에서 주 양육자와 오랜 기간 분리돼 자란 아이들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결핍이 생기면서 여러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발달심리학적인 관점에 따르면 안정적인 애착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양육자는 아이의 반응에 집중하며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았을 것입니다. 반면 불안정 애착 유형인 거부형, 의존형, 회피형의 사람들은 불안정한 양육환경에서 자랐을 것입니다. 이들은 애착 형성이 이뤄지기도 전에 자신이 버려지거나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불안정한 양육환경은 아이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커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타인을 회피하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또한 인격 장애나 식이 장애, 불안 장애 등의 정신 질환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애착 성향은 후천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저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에서 안정적인 애착 성향을 만들기 위해서 안전 기지를 확보할 것을 강조합니다. 안전기지란 한마디로 말해 어느 때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존재입니다. 충분한 공감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응답을 해주는 사람과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면 애착 성향도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운 이들에게는 어린 시절 외면당한 아픔이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이들에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안전기지만 돼 준다면 이들이 다시 어린아이와 같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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