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해부 실험에 대해 아시나요? 우리 세대에는 사라졌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구리 해부는 모든 초등학생들이 과학시간에 해야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또한 동물실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이란 말 그대로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험입니다. 교육, 시험, 연구 등 그 목적도 다양합니다. 아마도 개구리 해부 실험은 교육적 목적 아래 시행됐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은 새로운 제품이나 의약품의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동물에게 행해집니다. 인간에게 직접 시험하면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 대상을 동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동물실험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19세기부터는 의학과 생물학을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덴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에까지 동물실험을 시행하고 있어 굳이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상품까지 동물을 이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주장은 동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 것은 1975년에 출간된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라는 책입니다. 해당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동물해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싱어가 이야기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지만 분명합니다. 인간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중지하고 동물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통을 주는 행위는 실험뿐만이 아닙니다. 피터 싱어는 동물을 가둬놓고 사람들이 구경하게 하는 동물원 운영이나 가축을 길러 일을 시키거나 잡아먹는 것 또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채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시작은 동물실험의 중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동물실험 대상이 됐던 동물들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인간들은 동물을 대상으로 약이나 화장품을 시험하는 것은 물론 보톡스를 주입하거나 오랜 시간 먹이를 주지 않는 등 학대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릅니다.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과 달리 쾌락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마취술이 없던 시절부터 해부 실험을 자행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역시 동물보다는 인간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데카르트만큼 동물을 잔혹하게 대하거나 실험에 이용하는 데는 반대했는데요. 이마저도 동물을 위한 게 아니라 동물을 괴롭히는 행위가 인간의 품위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물실험에 찬성하는 이들이 위 철학자들처럼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 몇몇 사람들은 동물이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동물권을 고려하고 동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상주의적인 태도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입니다.

그들은 칸트처럼 인간은 이성을 가진 데 비해 동물에겐 이성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과 이성을 가지고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이 다르게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동물실험이 의학 발전에 지금껏 큰 도움이 됐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709년에는 해부학자 요한 브루너가 췌장을 떼어낸 개를 통해 췌장과 당뇨병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이 해부 실험은 인슐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동물실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라도 동물실험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100% 합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1953년 독일에서 개발된 진정제 ‘탈리도마이드’가 사상 최악의 부작용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이 약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동물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는 데 있습니다. 개, 고양이, 쥐, 햄스터는 물론 닭까지 이 약의 개발을 위한 실험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평가됐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탄생한 탈리도마이드는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동물실험을 멈춰야 하는 이유는 단지 동물을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인간이 앓는 약 3만 가지의 질병 중 동물과 공유하는 것은 1.1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동물실험의 결과가 반드시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동물실험의 잔혹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지침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3R법칙’입니다.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 대체(replacement)를 의미합니다. 동물실험의 횟수를 줄이는 것,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것, 동물실험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3R법칙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실제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들이 존재합니다. 줄기세포나 장기 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 또는 재조합해서 만든 작은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세포실험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측실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 개발되고 있는 시험 방법들은 보다 과학적이기 때문에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더 유익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학계의 연구와 대중의 관심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 동물실험이 최소화를 넘어 완전 소멸에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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