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빈 수습기자
설해빈 수습기자

바다 ‘해(海)’에 빛날 ‘빈(彬)’, 해빈. ‘바다처럼 빛나길’ 바라는 부모님의 소망이 담긴 기자의 이름이다. 이름 탓일까. 삶을 항상 바다에 빗대어 바라본다. 스스로가 빛나는 순간에는 ‘역시 난 바다처럼 반짝여’라는 마음으로, 좌절의 순간에는 ‘파랑에 잠겨 숨이 멎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따금 역경이 밀려들 때 ‘바다’라는 이름 탓을 하곤 한다. 파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렇게 빛(彬)의 뜻을 잃고 파랑만이 가득한 바다에 갇힌다. 

지난호를 준비하면서 기자의 바다는 또 한 번 빛을 잃었다. 쉽지 않던 주제와 녹록지 않던 인터뷰이 컨택, 익숙지 않은 힘듦은 마치 거센 파랑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상황 같았다. 무엇보다 빛나길 바라는 기자의 바다가 파랑에 잠겨 점차 그 빛을 잃자 기자는 결국 ‘포기’를 선택했다. 그러자 오히려 많은 것들이 보였다. 누군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주마등같이 삶의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던가. 컨택 문제로 눈물짓던 마감 날과 밤새 잠들 수 없던 스크린 날, 정신없던 조판 날. 돌이켜 생각해 본 날들은 포기라는 그 두 글자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모습들도 함께 떠올랐다. 마침내 컨택에 성공했던 순간과 신문에 새겨진 기자의 이름, 많은 처음을 함께 견뎌낸 우리 65기 수습기자분들. 분명히 파랑에 잠식된 나날이었지만 그 속의 ‘나’ 그리고 신문사의 ‘우리’의 모습은 정말이지 빛났다. 순간 파랑의 또 다른 역할이 떠올랐다. 해안 생물들은 파랑의 힘을 이용해 먹이를 찾고 서로 소통하며 서식지를 유지한다. 결국 파랑은 해양 생태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게 하는 빛의 존재기도 하다. 파랑이 바다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포기 대신 기꺼이 파랑에 뛰어들겠노라 결심했다. 

앞으로도 기자의 바다는 파랑이 가득 밀려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파랑이 머무는 바다가 더 빛난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도 파랑이 머물,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날 기자의 바다를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설해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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