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겁나게 짜증 부리는 거죠.”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사정에 말려든 무당과 풍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묘>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지난 24일 <파묘>는 개봉 32일 만에 이번해 첫 번째 국내영화 1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 오컬트 영화 중 최초의 기록이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국 무속과 무당의 역사부터 신점, 택일 등이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잡은 과정을 알아봤다.
 

▲ 파묘의 명장면. 대살굿을 하고 있는 ‘화림’과 굿판의 모습이다. (출처: (주)쇼박스)
▲ 파묘의 명장면. 대살굿을 하고 있는 ‘화림’과 굿판의 모습이다. (출처: (주)쇼박스)

신과 인간을 이어온 무당

<파묘>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무당 ‘화림’이다. 무당은 예로부터 신을 섬기고 굿이나 의례를 진행해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무당을 중심으로 해 전승되는 종교현상을 무속이라 일컫지만 무속은 종교와는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종교에는 체계가 필요하다. 조직, 경전과 함께 유일신이 존재해야 한다.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등이 예다. 

하지만 무당이 섬기는 신은 다양하다. 결국 한국의 무속이란 특정한 교조, 교리체계를 가지지 않고 오로지 무당이라는 인간에 의해 전승돼 온 신앙의 형태인 것이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조성제 교수는 “민족의 신앙이라 할 수 있는 무속은 체계가 없어도 믿음으로 이어져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무속의 기원은 고대 샤머니즘이다. 조 교수는 “천재지변에 대한 인간의 외경심이 하늘이나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것에서 제사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고대사회에서 제사는 아주 중요했고, 제사권을 가진다는 것은 하늘과 통한다는 뜻이기에 통치권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단군 왕검의 ‘단군’은 제사장을, ‘왕검’은 통치자를 의미한다. 과거 한반도에 위치했던 고조선의 무천,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등 고대의 국가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한자로 ‘맞이할 영’과 ‘북 고’를 사용하는 영고는 북을 치면서 맞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춤출 무’에 ‘하늘 천’을 쓰는 무천 또한 하늘을 향해서 춤을 추는 행사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동쪽 하늘에 맹세한다는 뜻의 동맹은 동쪽에 상을 차리고 굿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조 교수는 “고대의 제천 행사들이 현대의 성신맞이 굿으로 흘러온 것”이라며 “제천의식에서부터 우리 굿의 형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무당도 세금을 냈다. 초기에는 무인이라고 불렸지만, 점차 수효가 증가하며 무당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목민심서』에 따르면 무당이 너무 많아 그를 억제하고 악습을 규제하기 위해 무세를 걷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무당은 천민 계급이었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 관리가 1등급 1분부터 종국분까지 나눠져 있었듯이 무당도 1등급부터 9등급까지 구분돼 징세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에서는 이렇게 걷은 무세를 국방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무당은 천민으로 취급됐지만 왕실에서도 무당은 중요한 존재였다. 조 교수는 “왕실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 또는 비가 오지 않으면 무당을 모아 기우제를 지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무당의 수를 제지하기 위해 규제를 시작했지만, 결국 일종의 직업으로 공인하게 된 셈이다.

믿음의 문제

선녀보살, 애기동자, 도령 등 무당이 모시는 ‘신’은 다양하다. 선녀보살을 모신다는 무당의 점집에 찾아가 신점을 봤다. 무당은 “우리 보살님이 이르길”라고 말하며 미래에 겪을 일들을 예고했다. 무당은 일면식 없는 사람의 미래를 어떻게 훤히 볼 수 있을까. 신점을 본 원다영(22) 씨는 “평소 신점이나 무당에 대한 의구심과 궁금증이 컸다”며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의 성격과 미래를 맞춘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조성제 교수는 그 해답을 ‘신을 빙자’하는 것이라 제시한다. 모든 종교와 신앙에는 믿음의 대상이 있다. 조 교수는 “목사는 하나님을, 스님은 부처님을 모시며 본인의 말이 곧 신의 뜻이라 한다”며 “사실 신은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주기보다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무당들의 입을 빌린다는 신은 누구일까. 한국 무속에서 신은 크게 넷이다. 바로 천신, 지신, 인신, 조상신이다. 해와 달과 별을 일컫는 천신, 성황신과 산신 등 토지신이 있으며 인신으로 추대받는 역사 속의 영웅인 고려 말 최영 장군이나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도 있다. 

조 교수는 “영화에서 무당이 ‘할머니 왔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들에서의 신은 천신, 지신, 인신의 개념이 아닌, 조상신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들은 사실 인간의 인생에 관여하기보다는 하나의 교리로서 존재하며, 실제로 우리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는 우리와 관계가 있던 조상신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 백, 귀로 변한다고 믿었다. 혼은 하늘에게 돌아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가며 귀는 공중에 떠돈다. 굿과 제사는 귀와 백을 위로하는 의식이다. 부모가 죽으면 치르는 3년상 또한, 백이 된 넋을 충분히 기리기 위한 것이며 그러지 못한다면 귀가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일상 속 무속

미신으로 여겨져 터부시되기도 하지만, 무속은 현대에도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 부동산이나 공인중개사는 과거에 ‘복덕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복이 있는 날 즉, 좋은 날 집을 소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외에도 결혼 등 집안의 대소사를 기념하는 행사를 치를 때에도 좋은 날을 선택하는 ‘택일’을 거치기도 한다. 돌아오는 해마다 해당되는 십이지신을 따라 출시되는 다양한 동물 모습의 제품들이나 광고 또한 현대인들의 무속에 대한 믿음을 실감하게 한다.

영화 <파묘>는 명장면으로 꼽히는 화림의 대살굿 장면에서 관객이 함께 경문을 외는 ‘굿어롱’ 상영회를 개최한다. 자유롭게 경문을 따라 부르며 굿판에 어울리는 추임새를 넣는 것을 권하기도 하며, 안내 게시물에는 ‘돼지띠 관객은 더 환영, 신병 걸린 듯한 열정과 사랑’ 등 무속 용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 내 대살굿의 가사와 경문을 담은 ‘대살굿집’ 굿즈도 흥행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파묘를 관람한 이은지(23) 씨는 “이미 두 번이나 봤지만 해당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한번 더 보려고 한다”며 “무섭게만 알고 있던 무당이나 굿을 다함께 즐긴다면 우리의 무속이 무서운 미신이라기보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전통으로 느껴질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참고문헌
조성제, 『상고사 속의 무속이야기』, 나루터, 2016.
최영성, 「한국사상의 원형과 특질 ― 풍류사상, 민족종교와 관련하여」, 『한국 철학논집』 55, 2017.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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