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즐기는 한편, 과연 다음에 응답을 요청할 시대는 언제일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많은 추측을 낳고 있는 해는 2002년이다. 나이가 좀 어린 친구들은 2008년에게 응답을 요청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시대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아련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과연 먼 훗날 2015년에게 응답을 요청했을 때 과연 어떤 사건들이 우리를 추억에 잠기게 해줄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생각의 결과는 처참했다. 최근 몰카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사건이나 다양한 성대결 및 사상대립 등 불안과 분노로 점철된 2015년. 그리고 그 2015년을 화룡정점으로 장식해주는 가장 큰 주체는 ‘정부’였다. 정부의 미숙한 대처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메르스 사태’, 대부분 국민들의 반대에도 끝까지 강행하고 있는 ‘국정화 교과서 논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시위 불허’ 등 정부의 불통 및 과거 회귀는 2015년을 대표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사람들은 2015년을 응답할 바엔 1970년을 응답하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면 ‘응답하라 2015’는 정말 불가능한, 혹은 가능하다고 해도 비극적인 드라마로만 나타나게 될까? 딱히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성을 보며 한 가지 희망을 찾고자 한다. 모든 ‘응답하라’ 시리즈는 해당 년도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7은 1997년부터 시작해 1998년, 1999년 그리고 현재까지 쭉 이어져오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는 응답하라 1994도, 1988도 모두 마찬가지다. 즉 우리에겐 2016년, 2017년 등 아직 도화지 상태이며 충분히 그려나갈 수 있는 해들이 남아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2016년 4월 13일에는 총선이 있을 것이며, 2017년에는 대선이 있다. 그러나 이 기회는 우리 손으로 잡아야 한다. 기회는 항상 찾아오지만 놓칠 때가 더 많다고 하지 않는가. 암울한 2015년이지만, 그 후의 해들을 극적인 성공 스토리로 만들어 언젠가는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응답하라 2015!’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