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국대의 이사진 구성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은 50일의 단식 끝에 응급실로 향했다.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사장이 연임할 시 투신할 것을 예고했다. 6시간의 회의 끝에 이사회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사진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다행스럽게도 비극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 결과만으로 씁쓸함을 달래기는 힘들다. 학생대표자를 포함한 대학의 어떤 구성원도 종단의 학교 개입 및 보광 스님의 논문표절의혹과 관련된 학교 측의 사안에 관여를 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대학구성원과 소통을 차단하는 대학의 모습은 단호했다. 어떤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대학본부 아래에서 학생들은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동국대 이사진들에게 학생들은 그저 눈엣가시였다. 일부 교수들도 대학을 지키겠다며 투쟁에 동참 했지만 학교는 부총학생회장이 의식을 잃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들을 방관했다. 

더 나은 변화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대학 측은 그런 갈등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학교 측이 자신들과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기도 전에 이들을 골칫거리로 여기며 그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이들을 방관한다면,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자격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대학은 더 이상 교육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오직 제 잘못을 감추기 바쁜 ‘악’일 뿐이다. 이와 같이 대학이 학생들의 부름에 침묵하여 한 학생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우리대학을 비롯해 다른 대학들은 부정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을 위험 속으로 내모는 그런 ‘못난’ 모습을 닮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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