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대학가는 소란스럽다. 이번 해 대학가가 유난히 떠들썩했던 이유는 학생대표 후보자들의 선거유세가 아닌 ‘부정선거’ 때문이었다. 선거일정이 끝나기도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자보를 통해 학교 측의 선거개입, 대리투표 등 각종 부정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상당수의 대학에선 이와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일부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는 자격을 박탈당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은폐와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

지난달 25일 부산대 인문대학 선거에서 선거관리자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대리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익명의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부산대 인문대학 소속 A(21) 씨는 “선거 과정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지 모르겠다. 부정을 덮으려고 한 선관위는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학생들은 재선거를 요구했지만 비용문제로 인해 재선거는 치뤄지지 않았고 대리투표된 표만 무효처리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부산외국어대(이하 부산외대)에서는 법정 싸움까지 일어났다. 부산외대 선거관련 규정이 ‘날치기’로 개정 됐기 때문이다. 부산외대 총학생회에서는 회칙 개정안을 모든 학생들에게 공고하지 않고 학생대표자끼리 무리하게 세칙을 개정했다. 일반 학생들은 회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대표자들이 권한과 절차의 문제를 모두 무시했다고 지적했으나, 부산외대 총학생회는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부산외대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치달았다. 부산외대 민주회복학생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개정 회칙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9일 가처분 신청 판결을 확정시켜 개정된 세칙이 무효처리 된 상태다. 대책위는 지난달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선거시행세칙 개정 과정에서 부산외대 총학생회가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외대 총학생회는 “학생대표자들이 학우들을 대표해 의결한 것이 절대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학생회도 변호인단을 선임하여 고등법원의 의견을 듣고 싶지만 잘못을 가리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 판결을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 선거개입, “순수한 마음에...”

지난달 10일 동덕여대 게시판에는 ‘양심선언 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동덕여대 학생처 측이 본인에게 선거출마를 권유하고, 학교에서 공약을 짜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더 큰 문제는 단일후보로 출마한 동덕여대 ‘드림 메이트’ 선본이 대자보를 붙인 학생이 제안 받았다는 학교 측의 일부 공약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해당 선본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외부로 논란이 확산되자 동덕여대 이현정 학생처장은 선거개입 사실에 대해 “총학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뜻을 전한 것"이라 해명했다. 선관위의 선거무산 결정으로 동덕여대는 내년 3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학교 측으로부터 선본 자격을 박탈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성신여대의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했던 ‘위캔성신’ 선본은 개표 과정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후보자가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성신여대는 지난 2012년 학교 측이 “부정선거가 우려되니 투표소를 한 곳만 설치하라”고 통보하며 선거인명부를 주지 않는 등 선거개입을 해 총학생회가 없는 시기를 보낸 바 있다.

선거에 출마했던 위캔성신 선본 학생회장후보 박유림 씨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칙을 근거로 학교 측이 학생자치를 침해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며 “선거무산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자치지원팀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좋은 학생회 만들기 모임 이희정 간사는 “대학은 자치활동을 교육활동으로 보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을 교육대상이 아닌 관리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선거논란, 학생자치에 타격 우려돼

이처럼 선거철 대학가에서 나타난 온갖 파행으로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자 학생들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부산대 학생 A(21) 씨는 “학생들은 선거에 대체적으로 관심이 없을 뿐더러 대표자들은 절차를 어기면서 선거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학생자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희정 간사는 “선거 과정상의 문제로 당선자가 선출되지 못하면 학생자치가 신뢰를 잃고 위축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학생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학생자치의 기회가 차단 돼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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