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선거가 시작됐다. 지난 2015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총학생회 및 5개 단과대는 출마한 후보자가 없었다. 3개 단과대에서 4개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나와, 학생자치기구 선거라기에는 다소 조촐하게 이뤄졌다. 선거 기간이면 으레 보이는 공약 홍보집과 선거 유세가 없으니 허전하기까지 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재선거는 오히려 11월에 실시되는 본 선거보다 큰 규모로 실시된다. 총학생회 후보로 3개, 5개의 단과대에 각각 하나씩 총 8개의 선본이 등록했기 때문이다.

‘학생자치의 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은 때다. 그럼에도 모든 단과대에서 후보가 출마하고, 총학생회에 무려 3개의 선본이 출마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각 선거운동 본부의 공약을 면면이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몇몇 선본은 매년 반복되는 공약을 들고 왔다. MT, 생일 축하 이벤트 등 몇 가지 단어만 바꾸면 사실 예년과 비슷하다.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고 심사결과를 공고할 때까지도 대표 공약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라는 말이 들렸다면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 아닌가.

매년 의례적, 관례적으로 해오던 공약들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학생회비 납부율도 적은 상황에서 생각만큼 사업이 될 리가 없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 아닌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공약이나 사업이 없으니, 학생들은 학생자치에 무관심해진다. 더더욱 사업은 어려워진다. 그러니 선본 입장에서는 이런 훈계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학생 대표자다. 지혜를 짜내 학생들의 관심을 돌릴 공약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가 학생자치 선순환의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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