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미픽미 픽미업.’ 길거리를 걷다보면 방송사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주제곡 ‘pick me’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처음 등장했을 때 음원 사이트 100위권에 머물던 pick me는 프로듀스101의 인기에 힘입어 최고 10위 안팎까지 순위가 올랐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 함께 프로듀스101에는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프로듀스101 멤버 중 고혹적인 외모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소미를 응원하고 있는 박소정 기자와 한혜리의 아름다운 음색에 흠뻑 취한 국승인 기자가 프로듀스101을 중간 점검 해봤다.

걸그룹에 대한 판타지, 프로듀스101

● 국승인 기자(이하 국): 프로듀스101에 출연하는 101명의 여성 아이돌 연습생은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매번 순위가 매겨진다. 최종 투표에서 11위 이상을 기록한 연습생들은 프로젝트 팀으로 데뷔할 수 있다. 프로듀스101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심사위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습생들은 100% 시청자의 투표만으로 희비가 갈린다. 프로듀스101에서는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지칭한다. 기존 ‘슈퍼스타K’, ‘K-POP스타’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시청자들이 직접 연습생을 데뷔시킨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 박소정 기자(이하 박): 처음에는 기존 오디션들과 별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의 생활을 보여줬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예쁘고 끼가 넘치는 연습생을 101명이나 모아 놓으니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매 미션마다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 요소 중 하나였다. 프로듀스101은 매 미션마다 연습생끼리 새로운 팀을 구성해, 개성있는 멤버들의 신선한 조합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연습생들이 걸그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멀게만 느껴졌던 아이돌이 한 곡,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와 연습생 사이의 거리는 한걸음 가까워지게 된다.

편파 편집에, 악마의 편집도 여전해

● 국: 프로듀스101은 방영될수록 점점 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우선 특정 연습생에게 분량을 몰아주는 경우가 나타났다. 또한 특정 연습생에 대해 악의적으로 편집하는 일명 ‘악마의 편집’도 간혹 나타났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지적된 문제들이지만 아이돌 연습생들에게는 더 치명적인 문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 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진 심사위원의 영향력이 크다. 반면 프로듀스101은 1회부터 시청자들의 투표가 진행돼, 편집 방향에 따라 연습생들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악의적으로 편집된 연습생들은 순위 하락 또는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물론 반대로 수혜를 본 연습생도 있다. 특히 한 연습생은 첫 화부터 노래, 춤 다 못하는 연습생 캐릭터로 출연 시간이 길었다. 101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을 각 1분씩 조명하기도 부족한 90분의 방송시간 중 특정 인물이 약 2~3분 이상이나 나온다는 것은 형평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101명이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도 어긋난다.

● 박: 몰래 카메라 기획은 가장 논란이 컸다. 막내 제작진은 실수로 카메라를 고장 냈다고 말한 뒤 연습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 막내 제작진의 잘못을 감싸준 연습생에게 카메라 감독이 “책임을 지고 프로그램을 하차하라”고 얘기했고 연습생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결과적으로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 연습생만 편집돼 부각됐다. 데뷔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노력하는 힘없는 연습생들은 철저한 을이다. 연습생을 궁지에 몰아넣고, 감성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희거리로 삼는 것 자체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착한 거짓말을 아이돌의 미덕처럼 그려내는가.

아이돌 전성시대, 그들에게 씌워진 굴레

● 국: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의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프로듀스101에서는 첫 방송부터 연습생들을 실력에 따라 A부터 F까지 등급을 나눈다. A등급의 연습생들은 부담감에 힘들어하고 F등급의 연습생은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이 등급들은 주제곡의 포지션을 정하기 위한 일회성 미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정해진 등급은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박혀있다. 이처럼 무한 경쟁의 체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절박한 연습생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형식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더 나아가 재미까지 느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도 느꼈다. 

● 박: 프로듀스101의 연습생들은 외모도 출중해야하고 인성도 올곧아야 하며 실력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표를 받기 위해 ‘캔디’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프로듀스101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기성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어느 순간 우리가 필요 이상의 엄격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고 가두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봐야한다.

● 국: 방송사 M-net은 남자 연습생을 출연자로 한 프로듀스101 시즌2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에 기대하기에 앞서 프로듀스101 시즌2가 시즌1의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의 고민을 하고 나올지 걱정도 된다. 제작진들은 프로듀스101의 시청자들의 기대에 걸맞은 고민을 바탕으로 시즌2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리_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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