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사무실의 조교로,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학원생의 모습일 것이다. 공부하는 엄마, 육아하는 대학원생. 왠지 이 두 단어로 설명되는 대학원생의 모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원생의 주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결혼적령기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크다. 때문에 대학원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또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대학원생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가정을 꾸려나가는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해나가는 대학원생들은 어떤 고충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여성과 남성 각각에게 부과된 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부모 대학원생들은 각자만의 역할을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육아에 대한 여성의 책임이 중요시되는 한국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대학원생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다. 2012년 이후 줄곧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대학원생 A씨는 “육아와 학업을 함께 병행하는 부부 대학원생의 경우 육아에 대한 책임은 남자들에게 덜 부과된다”고 전했다. “아이가 있는 남자 대학원생이 공부를 하다 늦게 귀가하면 보통 그러려니 하지만, 여자 대학원생이 공부를 하다 늦으면 육아에 소홀한 엄마가 되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임신 자체를 환영하지 않는 연구실도 많다. A씨는 “연구실에서는 여자 연구원이 임신을 해도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신을 망설이는 여자 대학원생도 많다고 전한다. 임신을 하면 필연적으로 공부량이 부족해지고 이는 실력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임신사실을 알고 많은 대학원생들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남성 대학원생의 고충은 여성과는 사뭇 다르다. 남성 대학원생 B씨는 “남자들은 가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크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악순환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면 공부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졸업이 늦어진다. 남자는 이런 점에서 공부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충을 토로하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생 총학생회에서 게시하고 있는 웹툰 ‘슬픈 대학원생의 초상’에서는 대학원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려내고 있다. 학업과 육아를 동시에 이어나가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학업에서도 육아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갈등하는 ‘학생 맘’이 등장했다. 하지만 만화에는 “공부하면서 애 키우는 것이 힘든 줄 알고도 시작한 것 아니냐”라는 비난 댓글이 여럿 달리곤 한다.

개선 시도에도 미비점 여전해

그나마 이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제도가 생기고 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47개 국·공립 대학과 대학원을 대상으로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를 학칙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학마다 세부적인 안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지정된 일반휴학 기간과 별개로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휴학기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어 지난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사립 대학원을 대상으로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이 결과에 따라 관련 지원책이 부족한 대학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어린이집 입소제도 또한 개편됐다. 개정 시행령 이전의 대학원생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로 분류돼 입소 시 아무런 가산점도 받지 못했다. 2015년 5월 28일 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는 대학원생이 1순위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대학원생도 재학증명서를 제출하면 입소대기 신청시 100점의 추가점수를 부여받게 됐다.

그러나 제도상의 미비점은 여전하다. 교내에 직장 어린이집이 있어도 대학원생의 자녀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영유아보육법」에는 직장 어린이집의 이용대상을 직장 근로자의 자녀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이용자격을 교직원으로만 한정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내 14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16년 현재 직장 어린이집이 존재하면서 대학원생의 자녀를 수용하는 대학은 3곳이었다. A씨는 “아이를 손쉽게 맡길 곳이 있어야 공부도 할 수 있다”고 전하며 “교직원뿐만이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필요하다”며 대학원생을 위한 교내 어린이집 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불분명한 인식, 제도의 미비

부모대학원생들은 대학원생에 대한 불분명한 인식과 편견이 제도의 미비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인식의 개선이 바탕이 돼야만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B씨는 “대학원생은 일반적으로 학생, 직원 둘 중 어느 것으로도 간주되지 않는다. 많은 곳에서 소외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맘의 본업인 공부가 경제활동이 아니라는 인식에 이들을 도울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A씨는 각자의 과업에 집중하며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처지는 학생맘과 워킹맘이 비슷한 처지인데도 학생맘들을 위한 제도를 개선할 필요에 대한 인식이 모호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대학원생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겨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워킹맘에게 제도적으로 지원되는 혜택을 우리도 동등하게 누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_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그림_ 양나은 만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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