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투표독려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대사다. 선관위는 시민들에게 에센스, 스마트폰을 꼼꼼하게 고르는 것처럼 투표도 해달라고 말한다.
 
투표가 선관위가 생각하는 것처럼 에센스 고르듯, 스마트폰 고르듯 되는 것이라면 오죽 좋으랴. 전체 유권자 중 무려 25%가 어느 후보·정당을 찍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부동층이다. 선관위는 그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덮어두고 그저 투표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스스로의 대변인을 선택한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는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었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우리의 선택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소외시키는 결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변화를 위해 투표한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작동한다.

진박, 친박, 비박… 공천과정에서부터 정도가 지나친 당내 계파 갈등과 찍어누르기가 난무했다. 논문표절, 막말논란 등 부적격 인사들의 공천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으나 각 정당은 침묵했다. 공천과정에서부터 온갖 치부를 드러내놓고 한 표만 달라고 하면, 어느 유권자가 그들에게 자신의 대변자로서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까. 유권자 상당수가 부동층이라는 사실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도대체 뽑을 사람이 없다는 시민들에게, 선관위의 광고는 고역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라면 그 격에 걸맞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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