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부산국제영화제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느닷없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한순간에 붕괴될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갈등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의 상영 논란에서 시작된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상영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상영작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한 비판과 작품의 상영취소 요구는 별개의 문제”라고 답하며 이를 거부했다.

영화제가 끝나고 논란은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삭감이나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 등의 문제들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영화제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서병수 시장은 조직위원장직의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수년간 영화제를 이끌어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재신임을 끝내 거부하면서, 사실상 집행위원장을 해촉하고 본인은 그와 함께 동반 사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지하는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해외 영화인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국내 영화인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몹시 걱정스러운 일이다. 만일 이 문제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면 최악의 사태를 상상해보길 바란다. 영화가 정치권력에 굴복한다면 과연 다른 예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추병진(도사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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