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안산에 다녀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참사가 터진지 2년이 됐다. 참사 직후 일반 분향객들의 눈물로 가득 찼던 합동분향소에는 이제 희생된 학생의 친구 한 명만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안산에서 만난 보나는 자신을 2학년 5반 故박성호 군의 큰누나라고 소개했다. 옆에는 3반 故박예슬 양의 동생 예진이가 서 있었다. 친자매처럼 서로를 챙겨주던 보나와 예진이, 왠지 모를 소외감에 친척들 만나기가 편하지 않다는 세희 아버지, 병원에서 막 퇴원하고 대학생들을 만나러 왔다는 영석이 어머니 등을 만났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더 마음 아픈 일이었다.

신문에서 본 ‘세월호 희생학생 누나’는 이제 카톡을 주고받는 친구가 됐다. 1박 2일간 인사를 나눈 희생학생 부모님들의 얼굴에는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이 겹쳐졌다. 2년간 세월호를 잊고 지내온 내 자신이 죄스러웠다. 학교에 돌아와 세월호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과 노란 리본을 나눠 주기로 했다. 리본을 나눠 주면서도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고 자꾸만 의의를 찾으려 했다. 그런데 행사가 다 끝나고, 리본을 가져가던 학생 중에 6반 희생학생 사촌 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희생자 가족에게 힘이 되고 리본을 받은 학생들이 세월호를 한 번 더 생각했으면 됐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참사 직후 외쳤던 문구를 많은 사람들이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이설화(국제관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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