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레즈비언 학우는 연락주세요. 삐삐번호xxxx’. 1995년 연세대 신문인 연세춘추에 실린 이 광고를 시작으로 대학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대학에서도 1994년 성소수자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2000년 이후 ’메타픽스‘라는 이름으로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큰 전환점이 될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당선됐고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선거에서도 커밍아웃한 부회장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메타픽스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비공개활동에서 공개활동으로 전환했다.

메타픽스는 이름을 ‘퀴어시대’로 바꾸고 올해 처음으로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에 신입부원 모집공고를 올렸다. 그렇게 우리대학에서도 성소수자 모임의 존재가 드러났다.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이 걸렸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대학에서, 대학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 말하기 불편해하고 굳이 말하려하지 않았던 분위기가 이들의 존재를 가려왔을 뿐이다.
물론 이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이 주최하려던 인권영화제가 동성애를 담은 영화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불허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서강대와 서울대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게시한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며칠 전까지도 외대에서 강의 중 한 교수가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성적 지향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성별이나 인종이 그렇듯 찬성이나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은 이 명백한 사실을 지긋지긋하게 재확인하고 반복해서 외치는 과정이었다.

퀴어시대는 이번 축제에서 한걸음을 더 내딛는다. 총학생회와 함께 오는 18일 부스를 연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첫 공개 활동이다. 이들의 존재가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너무나 당연해서 누군가 성소수자 동아리가 축제부스를 운영하는 것을 소재로 칼럼을 쓰겠다고 하면 “뭘 그런 걸 가지고 칼럼을 쓰냐”는 반응이 돌아올 정도로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윤진호 미디어부장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