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CGV가 지난 3월 ‘가격 다양화’ 정책을 시행함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지난달부터 가격 정책을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정책이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시네마를 즐겨 이용하는 국승인 기자와 집 근처에 CGV가 있는 이동연 기자가 영화관 가격 정책에 대한 논란을 되짚어 보았다.

가격 차등제 실시, 어떻게 바뀌나

이동연 기자(이하 이): CGV와 롯데시네마의 가격 정책은 조금 다르다. CGV의 경우에는 기존 조조와 일반으로 나뉘던 시간대별 요금에서 시간대를 더욱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 ‘시간 차등제’와 좌석의 위치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를 두는 ‘좌석 차등제’를 시행했다. 특히 좌석을 이코노미석, 스탠다드석, 프라임석으로 나눴다. 시간대별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스탠다드석을 기존 가격으로 유지시키면서 이코노미석은 천원 할인, 프라임석은 천원 인상을 했다. 반면 롯데시네마는 시간 차등제만 시행했고 조조 이외의 시간대에서는 맨 앞좌석의 가격을 천원 인하했다.

국승인 기자(이하 국): 두 영화관의 가격정책은 마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의 폭을 넓힌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가격보다도 더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시간이나 자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격정책은 영화관의 꼼수

이: 두 영화관의 정책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을 다양화한다는 명분 아래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꾀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CGV의 경우에는 이코노미석, 스탠다드석, 프라임석의 비율이 약 20:45:35 정도다. 가격이 인상된 좌석의 비율이 인하된 좌석의 비율보다 높은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예매율 등의 조사를 통해 CGV의 수익이 상당히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격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그럴싸한 이유만으로는 가격 인상을 노린 듯해서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국: 시간 차등제에서도 애매한 점이 남아있다. 경계 시간 부근에 시작하는 영화들의 경우 조금의 시간 차이로 영화 비용을 더 내야한다. 예를 들어 CGV에서는 16시부터 22시 사이는 9천원, 22시부터 24시까지는 8천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이때 21시 50분에 시작하는 영화라면 경계 시간이 조금 안 됐음에도 9천원의 가격이 책정된다. 광고시간을 감안하면 22시 이후에 시작할 영화다. 물론 시간이 이렇게 배정된 것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 영화관들이 이런 실질적인 가격 인상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에서 약 75%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 때문이다. 이 영화관들이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을 꾀해도, 독과점으로 인해 다른 영화관을 찾기 어려워 소비자들은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물론 비주류 시간대와 좌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할인된 가격을 누릴 수 있겠지만, 비주류라는 말처럼 그 비중은 적다. 주류의 기호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상된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국: 두 영화관의 가격 정책 변화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떳떳하지 못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위해 적절히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기업이 떳떳하게 가격상승을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하는 척 정책을 바꾼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신을 일으킨 것 같다.

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CGV나 롯데시네마처럼 대기업이 제공하는 영화관뿐만 아니라 대한극장처럼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영화관들이 정책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신시장의 경우 정부의 주도 아래 통해 시장 가격보다 싼 알뜰폰 요금제가 등장함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소비자 유치를 위해 더 다양한 가격 정책을 만들었다. 이처럼 영화시장 역시 정부차원에서 독과점 구조의 틀을 깨고, 더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 소비자들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기로 예정된 시각을 넘어서까지 방영되는 수많은 광고들, 3D 안경의 가격이 포함된 티켓값 등 납득이 어려운 영화관의 횡포가 많았다. 이런 영화관의 횡포가 사라지고 온전히 영화를 즐기는 것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히면 적당한 가격 상승은 충분히 소비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_ 이동연 수습기자 rhee35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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