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의 강연이 지난 19일 동국대학교에서 열렸다. 김 작가가 인터넷에 연재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은 조회수 200만을 넘기는 등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면서 책으로 출간됐다. 우리나라 대학 구조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책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불안정한 수입에 허덕이는 시간강사

시간강사로 일하던 시절 김민섭 작가는 우연하게 선배 강사의 메일을 보게 됐다. 선배는 친구로부터 10만원을 빌려달라는 메일을 받아 이에 대한 답장을 보낸 듯 했다. 선배의 답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내가 시간강사인 것을 너도 알지 않니. 지금은 학기 초이기 때문에 나는 3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어. 내가 빌려줄 수 있는 돈은 5만원이야’. 메일에는 추신도 첨부돼 있었다. ‘5만원 갚아주길 부탁한다. 꼭 부탁할게’. 이 메일을 보고 김 작가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5만원이라는 적은 금액도 전전긍긍하며 빌려주는 시간강사의 처지를 새삼 실감했던 것이다. 김 작가는 이 일을 계기로 ‘대학 안에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청춘을 바친 대학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범한 사회인과 엄밀히 비교해볼 때 스스로를 노동자로 규정할 수는 없었다”고 당시 느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시간강사는 고용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김 작가는 4년 동안 8번의 해직과 복직을 반복해야만 했다. 학기가 끝나면 방학과 함께 해직됐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계약하는 구조였다. 고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수입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다. 한 학기에 4개월만 고용이 보장돼 그가 1년 동안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달은 8달에 불과했다. 강의가 없는 방학 동안에는 보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을 고려하면 시간강사에게 방학은 특히나 가혹한 시간이었다.

근로자성 부정하는 대학

김민섭 작가는 시간강사의 신분으로는 건강보험을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하는 김 작가 입장에선 건강보험을 제공해주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마침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하면 건강보험을 제공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고 김 작가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는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이 오히려 더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며 대학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조교로 일했던 대학원생 시절 역시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그는 학과 사무실과 연구실에서 조교로 근무했지만 그의 근무 기록은 서류로 남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조교 업무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으로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는 약 2개월 간 무급으로 일하는 악습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노동에 대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원생 조교는 교수의 연구나 강의보조 활동으로 임금이 아닌 장학금을 받는다. 김 작가는 “학생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아야 할 보수를 대학은 장학금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보수 대신 장학금을 지급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장학금 지급률을 올려 외부에 유리한 지표를 공표하기 위함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8년 동안 생활한 자신을 실체 없이 떠돈 ‘유령’, 대학을 ‘괴물’로 표현했다.

“더 나은 연구 환경 위해 노력할 것”

지구 반대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김민섭 작가는 “캐나다에서 조교로 일하는 박사과정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수업을 도와주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보수 또한 따로 받는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설명에 따르면 캐나다의 조교는 근로 기준 시간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고, 부당한 처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조교노조가 존재한다. 김 작가는 “대학이 모든 ‘숨어있는’ 노동자들에게도 상식과 합리의 공간, 구성원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현재 ‘인문학협동조합’의 연구복지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그는 대학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작가는 “인문학협동조합에서 대학원생 및 시간강사의 연구 환경에 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해 연구 환경을 개선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바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년에는 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연 기자 rhee352@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