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에 ‘공유도시’ 바람이 불고 있다. 성북구가 지난달 21일 ‘차 없는 거리를 주민에게-마을과 함께하는 공유한마당 축제’를 개최한 데 이어, 영등포구는 ‘공유로 행복한 영등포 만들기’라는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오는 30일까지 주민들에게 공모 받고 있다.

공유도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도시이다. 공유도시가 잘 정착되기 위해선 시대변화 속 도시에 담긴 철학을 조망해야 한다. 역사 속 도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철학을 발견 한 후 현대 서울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역사변천에 따른 도시 형성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철학의 의미를 알아보자.

코스모폴리스와 코뮌

세계를 제패했던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은 넓은 지역의 다양한 민족들을 수용하며 통제할 방법이 필요했다. 당시 그리스의 철학자 기오게네스는 ‘코스모폴리스’라는 이상도시 개념을 만들었고 서로 다른 종교, 인종들이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 개념을 수용하여 4개의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서로 다른 민족들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중세의 도시철학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중세 농노들은 촌락이라는 유기체 안에서 생존성을 보장받았다. 이들은 촌락공동체를 통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강한 유대감을 통해 그들은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그들은 생존에 대해 위협을 받지 않았지만, 개인의 자유가 결여돼 있었다. 자유의 결여는 농노들의 개인적 성취에 대한 열망을 억제 시켰다. 

이후 십자군 전쟁, 흑사병 발발로 자유를 얻게 된 개인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가 바로 ‘코뮌’이다. 즉 코뮌은 중세시대 영주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든 자치도시이다. 공동체, 지방자치의 개념 또한 이 코뮌으로부터 나왔다. 코뮌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관계를 형성하고 자치권을 가지고 공동체를 운영한다. 그들은 모여 살며 공동의 이익, 재산, 소유, 자원을 ‘공유’한다. 하지만 자발적인 필요에 의한 관계였던 코뮌 안에서 일부 소수에 부가 집중되자 코뮌의 성질은 변하게 됐고 코뮌의 몰락이 일어났다.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역사적 도시철학

19세기 이후의 공동체 사상은 중세시대 촌락공동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동체 안에서의 생존권보장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촌락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오류인 개인의 자유성 박탈과, 이로 인한 개인적 성취에 대한 욕구는 현대 공동체 사상을 자멸하게 만들었다. 20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한 국가의 실패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공동체는 생존권보장과 개인적 성취 두 가지를 모두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유를 가지고 있진 않다. 각자의 생존권을 위해 아등바등하지만 이는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 취업난, 부의 불평등, 다문화가정 문제 같은 사회문제로부터 발목을 잡힌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인간성은 등한시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성을 수용하는 공유도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필요하다. 즉 코스모폴리스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과 코뮌이 지향했던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한 자유로운 연합이라는 개념이 현대적인 실정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 우리대학 철학과 이성백 교수는 “모든 인간이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 목적으로 대우받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의 다양한 활동들 속 공유도시가 각광받는 것이 기대되는 이유다.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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