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한국 야쿠르트의 위탁판매원이었던 야쿠르트 아줌마 A씨는 한국 야쿠르트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종속성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습니다. 2006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적절한 지휘·감독 등을 하면 종속성을 갖는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근무장소와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판매활동이 자유롭다는 점을 들어 사용자인 한국 야쿠르트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종속성이 근로자를 구분하는 적합한 기준인지는 의문입니다. 사용자가 종속성을 조작해 근로자성을 지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모집인들은 ‘1인 대리점’ 방식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텔레마케터의 경우도 원청회사에서 이뤄지던 근태·업무관리가 위탁업체로 이관됐습니다. 보험모집인과 텔레마케터 모두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때 성립하는 종속성을 조작한 사례입니다. 사용자에 의해 종속성은 조작되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습니다. 이처럼 종속성은 쉽게 은폐되지만, 근로현실은 여전한 상황에서 종속성이 근로자를 구분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종속성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대학 법전원 노상헌 교수는 “취업·고용 형태가 다양화 됐다. 더 이상 종속성으로서 근로자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됐는지를 판단해 근로자성을 보호해야한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비판했습니다. 지난학기 노동법의 이해를 강의했던 신수정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예전의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 판결을 내렸다 생각한다”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근기법상 근로자의 권리인 부당해고 구제, 임금체불에 대한 구제, 퇴직금, 휴가, 휴일, 주휴수당, 연차휴가 지급 등의 권리는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근로자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야쿠르트 아줌마와 유사한 형태로 계약을 맺은 업종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니게 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민간부문 비정규직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별고용노동자의 규모는 200만명이 넘습니다. 200만이 넘는 특별고용노동자들은 근기법상 근로자 정의를 사용하고 있는 「임금채권보장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특수고용근로자에 관하여 EU는 ‘경제적 종속근로자’, 독일은 ‘유사근로자’, 영국은 ‘노무제공자’로 부릅니다. 프랑스는 특별한 명칭이 없이 특수형태직군을 지정해 개별법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장님이 될 확률이 높은 대한민국의 200만 특수고용노동자는 법의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2006년 대법원은 근로자를 판별함에 있어 계약의 형태가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실질의 12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실질의 12가지 기준조차 명목이 된 지금 대법원은 언제쯤 실질적인 기준으로 근로자를 구분할지 의문입니다.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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