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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으로 기울어지는 인문학
국승인 기자  |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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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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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인문계열의 취업률은 45.5%에 달한다. 인문학 전공자들의 낮은 취업률은 인문학 위기론의 주요 골자다. 지난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하 프라임 사업)으로 인해 ‘인문학 죽이기’라는 비판을 받은 교육부는 곧바로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하 코어 사업)을 발표했다. 약 600억 원이라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만큼 많은 대학들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시적 지표에만 몰두하는 사업

코어 사업은 기초학문인 인문학을 보호하는 동시에 취업률을 고려해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사업이다. 교육부는 코어 사업 발전 모델로서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의 4가지 모델을 제시했다(표 참조). 이에 따라 지난 달 추가로 선정된 3개 대학을 포함해 총 19개의 대학이 사업 대상에 선정됐고 이번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각 대학에서 사업 계획이 시행될 예정이다.
코어 사업의 시행 목표가 발표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코어 사업은 취업률을 과도하게 의식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코어 사업의 최종 목표로 향후 10년 이내에 인문학 분야에서 세계 100위권 안에 10개 대학을 진입시키고, 취업률을 10% 향상시키겠다는 ‘10-10-10’ 목표를 내세웠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인문학의 특성상 취업률이나 대학 순위로는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며 “이는 인문학 부흥을 위한 사업을 가장 인문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시적 지표로만 인문학을 평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발 기준을 지나치게 실적 위주로 산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대학 코어 사업 지원팀에 참여한 중국어문화학과 김광일 교수는 “코어 사업의 선정 기준은 각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쌓아놓은 실적 위주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평가 요소 중 ‘인문대학의 기본 여건 및 실적’과 같은 평가는 100점 중 40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논란 많은 인문기반 융합 모델

코어 사업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인문기반 융합 모델이다. 인문기반 융합은 코어 사업이 프라임 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인문학과를 취업률이 높은 학과와 결합해 융합학과를 만드는 형태가 프라임 사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톨릭대학교는 취업률이 높은 경영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휴매니지먼트’(human-management) 전공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언어학과 공학을 결합한 ‘언어공학’ 전공, 충남대학교에서는 한문학과 컴퓨터 공학을 결합한 ‘한국고전문헌번역전공’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융합기반 전공을 신청한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취업률이 높은 전공들과 인문학의 결합을 기획했다. 이수연 연구원은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인문계열 중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축소시키거나 취업률이 높은 학과와 융합시키는 것”이라며 “코어 사업은 인문학을 구조 조정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프라임 사업과 같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의 경우도 취업률에 치중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전체 개설 강의 중 3분의 1이 경제, 정치로 채워지면서 고전 및 문학 강의가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했다. 결국 교육부의 기준에서 실용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문학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의 경우도 안심할 수는 없다. 김광일 교수는 “석·박사 양성을 장려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석·박사 유입에 집중하는 것만큼 석·박사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 등의 일자리 여건을 만드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문제도 많아

코어 사업은 사업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아, 소위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사업 공고일부터 2월 4일 접수 마감일까지 약 한달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수연 연구원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대부분이 학내 교육과정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한 달여의 사업 준비기간은 절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고 학교의 계획안도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교육부는 당초 계획한 수보다 대학을 적게 뽑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5개교를 뽑을 것으로 예정했지만 1차 선발에서 16개교, 추가선발로 3개교를 뽑으면서 예정보다 적은 수를 선발했다. 또한 짧은 사업 준비 기간으로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광일 교수는 “사업 준비 기간이 워낙 짧은데다가 겨울방학에 이뤄져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코어 사업에 인문학과 관련 없는 가산점 항목을 설정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총장간선제로 바꾸는 ‘대학구성원참여제’와 구조개혁평가에 따라 정원 감축 계획을 제출한 학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항목이 선정 기준에 포함됐다. 이 연구원은 “인문학 육성과 총장 선출 제도, 구조개혁평가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정책유도성 항목으로 선발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교육부의 입맛대로 학교를 움직이려고 하는 의도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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