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봄툰’ 등 웹툰연재 사이트에서 동성 간의 관계를 다룬 웹툰들이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동성 간의 관계는 음지의 영역에서 다뤄졌지만 오늘날의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서점에 들어가면 동성의 관계를 그린 만화, 소설들이 한켠에 자리하고 있으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중 남성 간의 관계에 주목한 문화 콘텐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현상을 한번 살펴보자.  

아슬아슬한 상상, ‘브로맨스’

최근 안방극장에서 ‘남성 간의 케미’는 없으면 서운한 흥행 요소가 됐다. 이를 ‘브로맨스’라고 한다. 브로맨스란 브라더와 로맨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한 관계를 의미한다. 지난 상반기 성공리에 막을 내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와 서대영 상사(진구)의 브로맨스적 전개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우 사이지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동들이 묘한 어울림을 느끼게 한다. 두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성적 묘사나 긴장감이 없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미묘한 판타지의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브로맨스에 대해 “섹슈얼리티가 없다는 점에서 동성애와 구분할 수 있지만 우정보다는 훨씬 더 애틋하고 진하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성적인 암시는 전혀 없으나, 시청자로 하여금 우정과 사랑 중간 단계에서 아슬아슬한 상상력을 부추기는 것이다.

동성애적 상상력을 표출하는 콘텐츠

브로맨스의 기저에는 동성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시청자는 우정과 사랑의 사이에서 쾌감을 얻는다. 나아가 남자 주인공들 간의 동성애를 가정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상상력을 표출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동성애적 요소가 없는 기존 인물 간의 관계를 연인 간의 관계로 재해석한 창작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BL물’이라고 한다. 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남성간의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다룬 콘텐츠 전반을 가리킨다. BL의 제작층과 소비층은 주로 20대 여성이다. BL은 여성이 가지는 남성의 동성애에 관한 판타지에서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본적도 없는 남자들 간의 연애를 상상한 것을 토대로 콘텐츠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드라마, 만화, 아이돌들의 동성애에 관한 2차 창작물이 인터넷 상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BL은 1990년 후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2차 창작물의 형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BL의 괄목할만한 특징은 팬픽에 있다. 만화에서 발전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소설의 형태로 독자적인 BL물을 구축한 것이다. 팬픽이란 팬과 픽션의 합성어로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토대로 쓴 독자적인 소설을 가리킨다. BL 팬픽은 HOT, 신화 등의 팬들이 남자아이돌 간의 연애 소설을 쓰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후 BL은 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등이 독립적인 장착물로 발전했다. BL은 일본 문화에서 출발해 우리나라만의 독자성을 가지고 발전해 높은 판매 부수를 올리는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한 것이다.

사실성에 기반한 BL돼야

BL을 비롯한 동성애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콘텐츠에 거부감을 가지는 독자도 적지 않다. 이는 초기 BL이 성적인 묘사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여, 거북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이에 BL은 현재까지도 속칭 ‘야한 콘텐츠’라는 편견이 남아 있기도 한다.
또한 동성애를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BL물의 작가층은 기본적으로 여성이기에 남성의 동성애를 상상을 통해 그려낸다. 따라서 BL물은 동성애에 관한 고찰보다는 잘생긴 남자들의 연애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동성애를 왜곡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BL의 대부분은 여성역 남자와 남성역의 남자를 설정해 두고 있다.

이는 실제 동성애와 다를뿐더러 종래의 성 역할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BL물이 위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 한 비판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동성애를 사실적으로 그린 BL만화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고찰없는 상상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작품으로서의 BL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안은선의 ‘국내 동성애 만화에 대한 현황’에 따르면 ‘BL물의 고질적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성애를 하나의 판타지가 아닌 사실성을 바탕을 두고 작품을 생산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적 차원에서도 올바른 BL 콘텐츠를 향유해야 할 것이다.   

기자의 추천 BL

• 만화 <아우의 남편> (타카메 겐고로, 길찾기, 2016)
• 만화 <뉴욕 뉴욕> (리가와 마리모, 네이버 e-book, 2002)
• 웹툰 <프린스의 왕자> (재아, 네이버 웹툰, 2014)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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