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무척 더웠는데, 비가 내린다. 저녁부터 지금까지. 한 번 멈추고 또다시 내리는 비다. 집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토도독, 탁 탁 과 같은 의성어 따위의 문자로 끌어낼 수 없는 소리로 내려오고 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소리. 고향 집에 내려가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내가 말하는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아닌 그 전에 살던 빌라, 그 집. 여름밤이면 귀뚜라미 소리, 매미 소리, 창문을 연 다른 집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대화와 TV 소리가 들려오는 집. 그 집 거실에 대자로 누워서 땅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싶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퇴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안일을 다 끝마치고 TV를 보는 엄마가 아니라, 한가로이 일상을 즐기다가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빨래를 개시는 엄마가 보고 싶다.

모든 집안일이 끝난 후에는 일어서서 베란다의 커다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엄마.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걸까.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부침개를 해먹자고 말하는 어린 나. 냉장고 안을 살피며 넣을 채소가 뭐가 있나 고르고, 김치를 꺼내고, 오징어는 없다면서 부침개를 만들어주는 엄마의 모습.

비가 그치고 나면 너무나 더워서 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이 온전히 모습을 감추고 사라질 것이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죽고, 바람의 표면이 거칠어진 것을 통해서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사람들의 모습은 여름에 멈춰있을 것이다.


곽진원(사복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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