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 거래의 과정
지난해 9월 시티은행, JP모건 등을 비롯한 22개의 글로벌 은행 및 금융사들은 R3CEV라고 불리는 글로벌 블록체인 연합체를 출범했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앞 다퉈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 KEB하나은행이 R3CEV에 가입했고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블록체인에 금괴 보증서를 기록하는 금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블록체인은 과연 무엇일까.

떠오르는 핀테크 기술,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핀테크 기술 중 하나다.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결합을 말한다. 핀테크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금융이 IT 기술을 도구로써 이용한다는 관점과, IT 기술이 금융 시장을 혁신한다는 관점이다. 블록체인은 후자에 해당한다. 오늘날 블록체인은 금융거래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블록체인은 전자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의 보안 시스템으로써 처음 고안됐다. 프로그래머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일반 화폐와 달리 중앙발행기관이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만 풀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일반 화폐처럼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

일반 화폐로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이나 금융사와 같은 공인된 매개 기관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공인된 매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거래돼 보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보안 장치가 필요하다. 그 보안 장치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어떻게 작동하나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이중 지불’을 막기 위해서 개발됐다. 실물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데이터코드다. 데이터코드는 조작 및 복사의 우려가 높아 비트코인을 이용해 거래를 할 때에는 조작되지 않은 돈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또한 A가 B에게 돈을 보내는 거래가 일어났을 때, 거래 후에 A에게는 더 이상 돈이 없고 B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사실 역시 증명돼야 한다. 실물 화폐는 실체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화폐의 조작 여부와, 거래 후 A의 지갑에는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데이터코드를 조작하면 얼마든지 돈을 무한대로 생산해낼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상 개인 간 거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이 개발됐다.

2016년 9월 30일 오후 3시에 A가 B에게 10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금융거래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A가 B에게 송금 신청을 하면 거래 정보를 담은 블록이 형성된다. 블록에는 A에게 비트코인이 얼마나 있었으며, A는 이 비트코인을 어디서 벌었는지, 그리고 이중 10비트코인을 2016년 9월 30일 오후 3시에 B에게 송금한다 등의 거래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정보 블록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모든 사용자에게 동시에 전송되면 수많은 컴퓨터들이 전송된 블록을 분석하며 거래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여러 네트워크 사용자들이 A의 비트코인이 조작되지 않았으며, A의 지갑에서 빠져나온 10비트코인이 B의 지갑으로 들어갔다는 거래 내용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 A가 C와의 거래를 통해서 10비트코인을 벌었다면 그 정보는 이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전송돼있다. 때문에 A의 비트코인이 정상적이라는 사실이 검증된다. 만약 A가 데이터코드를 조작하여 위조된 비트코인을 B에게 송금하려 했을 경우, 다른 컴퓨터들에 저장된 거래 기록과 A의 비트코인 거래 기록이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거래는 무산된다.

거래의 타당성이 입증되면 이 블록은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거대한 장부에 연결된다. 블록체인에 한번 연결된 블록은 내용 수정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블록이 연결된 블록체인은 다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로 분산돼 전송되고, 이 기록은 후에 A나 B가 새로운 거래를 할 때 다시 이용된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의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기록하고 검증하고 보관함으로써 공인된 금융기관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뭔가 다르다?

블록체인이 등장하기 전에도 인터넷 뱅킹과 같이 온라인상의 금융거래는 존재해 왔다. 기존의 전자상거래와 블록체인 거래의 차이점은 기존의 전자상거래가 중앙 관리 서버가 필요한 중앙 집중형 거래 형태라면 블록체인 거래는 분산형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효용성은 매우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KB 지식 비타민-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변화’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의 장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눴다. ▲중간 수수료의 절감이 가능한 탈중개성 ▲정보의 공유로 해킹의 위험성을 낮추는 보안성 ▲거래의 승인과 기록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속성 ▲누구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확산성 ▲누구나 거래 기록과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투명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존의 경우 전자상거래 시 중앙은행 및 금융회사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거래 장부를 기록하고 관리했기에 매개 기관을 거치지 않으면 거래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매개 기관의 중앙 서버를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또한 여러 정보가 저장된 중앙 서버의 보안이 취약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사용할 경우 매개 기관의 중앙 서버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한 모른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이라는 하나의 장부에 연속적으로 기록되고 이 장부를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가 동시에 공유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기존 전자상거래에서는 금융기관별로 거래 장부를 관리하기 때문에 거래가 일어날 때에는 서로의 정보를 검증하는 정보 매칭 비용, 즉 수수료가 발생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거래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단 하나의 장부를 통해 거래를 검증하기 때문에 기관 간의 정보 매칭 비용이 절감된다. 또한 같은 정보가 다수에게 분산되어 있어서 특정 컴퓨터를 해킹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

금융을 넘어 일상까지

블록체인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금융권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금융 거래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온두라스에서는 국가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한다. 기존 토지 대장 데이터베이스의 보안이 취약해 해킹 및 조작으로 잦은 문제가 발생하자 온두라스 정부는 토지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조작을 방지했다.

키프로스의 니코시아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등록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학적의 위변조 역시 불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삼성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물인터넷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의 정보 분산 기술에서 착안하여 하나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수많은 인터넷 기기들이 중앙 서버 없이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블록체인은 권리장전을 새로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을 넘어 일상으로까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체계적인 법 제도와 규제가 미비하다. 블록체인과 함께 변화하는 세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글_ 김수빈 수습기자 vincent0805@uos.ac.kr
참고_ KB 지식 비타민-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변화(KB 경영연구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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