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든지 올림픽으로 떠들썩하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행사이니 이에 대한 논쟁도 끊임이 없다. 올림픽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얼마 전 부시 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광고에 올림픽을 이용했다가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지금의 올림픽을 치르는 사람들이 순수한 올림픽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올림픽은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는 축제의 장이자 화합의 잔치이다.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근대 올림픽의 이상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 증진에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기 올림픽을 개최할 때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선수, 응원객 등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류를 위하여 전쟁 행위를 중단했을 정도로 올림픽을신성시했고 기간을 보장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사람들은 일종의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올림픽 종목인 장거리 및 단거리 경주, 권투, 경마 등이 전쟁의 연장선 상에 있는 운동경기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올림픽이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라틴어로 된 올림픽 표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us, Altius, Fortius)” 또한 전투적인 성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전투력 성향을 배제시키기 위해 2004 올림픽부터 국가별 메달 순위를 메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각 국가 별 순위 싸움은 치열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올림픽은 강대국의 선전이 돋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의 활약 또한 두각을 나타냈다. 운동경기조차 ‘잘 사는’ 나라가 이기는 세상이 되었다. 올림픽 성적이 이제는 국가 경쟁력으로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미국의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아테네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승리의 미소를 짓는 미국이 이라크에서는 총부리를 겨누고 각지를 공격하고 있다.

올림픽 헌장 제 1조에는 “4년마다 행해지는 이해관계를 떠난 우호적인 경기대회에 세계의 경기자를 모이게 함으로써 인류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하는 데 있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올림픽은 싸우고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어느 나라가 가장 뛰어난 지 겨루기 위한 잔치가 아니다. “인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척도는 그 사람이 승리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노력했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올림픽 운동은 세계에 하나의 이상을 심어주는 일이며, 그 이상은 바로 현실생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쿠베르탱의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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