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언젠간 잊혀진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면, 아니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누군가는 그 아픔을 기억해야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세월호 노란 리본’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에게 그날을 기억하게 한다. 아직 풀리지 않는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풀리지 않은 가운데 경복궁 옆 ‘서촌 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노란 리본을 만들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촌 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자원활동가들이 노란 리본을 만든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참여연대의 건물 3층에 위치한 공작소를 찾아가 보니 자원활동가들이 분주히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15명 정도의 남녀노소 자원활동가들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기자도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작업에 동참했다. 노란 리본을 만드는 과정은 4가지 단계로 이뤄졌다. 리본을 만들 종이를 일자로 자르는 단계, 잘라진 종이를 리본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 더 정교한 리본 모양을 만들기 위해 끝을 가위로 자르는 작업, 마지막으로 체인을 다는 작업까지. 기자는 리본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을 맡았다.

계속되는 단순 작업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면 즐거운 법이다. 자원활동가들은 리본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학교이야기, 공부이야기 등을 나눴고 어른들은 정치이야기를 했다. 어른들은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 등 최근 불거진 정치권 문제에 관한 생각을 드러내며 정치인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누군가가 노래를 틀었다.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리본을 만드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작업도 손에 익어 능숙하게 만들 수 있게 되니 벌써 2시간이 지나 작업이 마무리 됐다.

▲ 자원활동가들이 노란 리본을 만드는 모습
작업이 끝나고 각자 리본을 만들며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 중에는 처음 온 사람도, 매주 정기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매주 정기적으로 참여한다는 이진희 씨는 “리본을 보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힘을 얻길 바란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모든 것이 해결돼 리본을 만들러 오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며 다음에도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4시부터 진행된 활동은 끝이 났다.

노란리본공작소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작업이 끝난 후 노란리본공작소를 담당하는 참여연대 이조은 간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세월호 2주기가 되기 전 서촌 노랗게 물들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작됐다. 이후 반응이 좋아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노란 리본을 배송신청한 사람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알려줬다.

저녁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 저녁 7시 활동도 참여했다. 저녁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퇴근 후 활동에 참여한 전은희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더욱 안타까웠다. 하지만 노란리본공작소가 생긴 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생겨 매주 오게 된다”며 “몸이 피곤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저녁 분위기도 낮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좀 더 많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직장, 학교 등 현실에서 체감하는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자원활동가들에게 리본의 의미를 물어봤다. 모든 자원활동가들의 생각은 같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리본의 의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이었다. 기자도 리본을 만들며 의미를 생각해 봤다. 기억과 진상 규명이라는 두 단어가 생각났다. 내가 만든 이 리본이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풀리지 않는 의혹을 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리본만이 남았다. 

주변에서 세월호 리본을 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그날 느꼈던 아픔과 통탄을 기억하고 활동해보자. 이런 작은 관심들이 모여 마지막 리본을 만드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글·사진_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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