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로 떠들썩한 한해였습니다. 일각에선 대목에 매출이 감소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청렴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에 대학원생도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바로 ‘논문심사비’ 때문입니다.

논문심사비는 대학원생이 자신의 논문을 심사해준 심사위원에게 지불하는 심사비용입니다. 작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논문심사비는 30만원 미만부터 100만원 이상까지 대학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석사과정의 경우 1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의 심사비를 받는 곳이 73%였고 박사과정의 경우 30만원 이상 70만원 미만의 심사비를 받는 곳 역시 73.1%에 달했습니다. 장로회신학대의 경우 대학 중 가장 많은 논문심사비를 내야했는데, 박사논문 심사비가 무려 270만원이었습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심사비로 대학원생들의 등이 휘고 있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논문 심사위원의 교통비와 식사비를 대학원생들에게 부담하는 일명 거마비 관행입니다.

하지만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교수의 교통비와 식비를 부담했던 대학원생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웃을 수 있는 듯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논문 심사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행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몇몇 대학은 논문심사비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숭실대와 서울여대가 그런 곳인데요. 충남대의 경우에는 인상을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인상을 포기했습니다. 대학들의 이런 꼼수로 인해 교통비·식비 관행이 근절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논문심사비는 어떨까요? 과연 이것이 필요할까요? 논문심사비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유일합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는 ‘대학·산업대학 및 교육대학의 장은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석사학위논문 또는 박사학위논문의 제출자로부터 실비에 상당하는 심사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만 있을 뿐 심사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따로 없어 대학별로 금액이 천차만별입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대학마다 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생겨서 어떤 대학은 면제하고 어떤 대학은 엄청난 금액을 받는다”며 “대학들이 대학원생 학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취지에서라도 논문심사비를 면제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학교들이 있는데요. 한양대의 경우 최근에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각각 15만원과 50만원이었던 석사와 박사 논문심사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해 모범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교수들에게 지급할 심사비는 교비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연세대와 중앙대 역시 논문심사비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외국의 경우에는 대학원 등록금에 심사비가 포함돼있다고 보거나 논문 심사를 교수의 일상 업무로 보고 있어 심사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 그런 나라들입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대학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이어서 논문심사비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배움에도 돈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적어도 배움에서만큼은 학생들이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는 나라가 하루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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