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세계 각지에서 ‘로봇세’ 도입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 연구 단체 ‘어젠다 2050’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기계설비와 인공지능에 세금을 물리자는 기계 과세 도입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에 앞서 EU도 지난달 인공지능로봇을 고용하는 기업에 로봇세를 물려야 한다는 결의안을 검토했습니다. 결의안을 작성한 매디 델보 의원에 따르면 로봇은 ‘데이터 분석과 교환을 위한 목적으로 상호 연결되고 센서를 갖춘 물리적인 기계’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 따라 자율자행차, 드론, 산업용 로봇, 간호 로봇 등이 로봇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산업 자동화는 대량의 일자리 상실을 가져온다. 로봇에 부과한 세금을 실직한 근로자들의 재교육 등에 투입해 이러한 변혁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2025년에 고용 위협을 받는 이는 전체 취업자 2560만 명 중 70%가 넘는 1800만 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군별로 보면 고소득 직종이 몰린 관리자군의 경우 대체율이 49%에 불과한 반면, 단순노무직군의 경우 90%가 넘었습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로봇세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아몽은 로봇세를 도입할 경우 약 367조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어 이를 통해 전 국민에게 8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로봇과 인간의 일자리 싸움이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로봇세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로봇세도입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로봇산업과 타 산업들 간 고용유발효과 비교’에 따르면 로봇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고용유발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로봇세도입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반증하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산업보다 높은 고용유발효과를 보이는 것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 건설업과 비금속광물 제조업뿐입니다. 따라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면 로봇산업의 발전을 막아 국가경쟁력에 손실이 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로봇세 도입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아닌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봇에 대한 법적,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로봇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로봇세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쪽의 주장입니다. 강남대 안창남 교수는 “EU는 로봇에게도 전자적 인격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로봇시민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인격 부여뿐만 아니라 민법과 형법 등 인간 위주로 구성된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정도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로봇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은 세금으로 모든 세상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규정 제정 등 여건이 마련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을 적용하면 로봇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소득세의 경우 로봇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권리주체로서의 인격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로봇은 스스로 사고한다는 점에서 인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어 소득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이미 적용하고 있는 유사 사례가 있습니다. 안 교수는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자판기를 납세자로 보아 사업자등록증을 부여한다. 왜냐하면 이들 자판기는 계속적, 반복적으로 사업(커피 판매)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판기와 커피숍은 대체재 관계다. 자판기 주인은 세무신고납부를 대행할 뿐이다. 로봇 소비세도 이렇게 하면 된다.”고 전했습니다.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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