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를 타계하기 위해 정부는 3번째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저출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1,2차 저출산 대응 계획을 추진하면서 80조원을 들였고, 3차 저출산 대응 계획의 예산은 21조원이 넘는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조가 넘는 예산을 설정했지만 2016년 합계출산율은 7년 만에 최저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에서는 지자체별 가임기 여성수를 항목으로 발표하면서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 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학계에서는 저출산의 원인과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과 함께 성평등을 실현해 출산과 보육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김영미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 ‘성평등정책’ 연속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성평등사회의 구현이 출산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했다. 김 교수는 토론회의 발표문에서 ‘일을 통한 자기 성취와 만족스러운 가족생활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호가 실현될 수 있는 성평등주의적 사회 변화가 있기 전에는 출산에 대한 망설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여성노동정책이 일-가족 양립 정책에만 집중돼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차별없는 노동시장과 질좋은 보육서비스 중 하나라도 없을 경우에는 초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며 ‘그런데 한국은 차별금지라는 바퀴의 한 축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기에 김 교수는 ‘차별금지 정책은 그 자체로 성취할 사회적 목표이기도 하지만 저출산에도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은 OECD 국가 대부분이 입법화했지만 그 집행력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집단소송제도와 적극적 조치를 차별금지법의 집행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집단소송으로 인해 미국의 기업은 차별로 인한 비용에 민감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다. 또한 적극적 조치를 통해 불평등한 조건의 소수집단에게 채용·승진 등에서 우선적인 기회를 제공해 차별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보육정책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입법조사처의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토론회에서 ‘최근 대선후보들이 육아휴직제도를 중심으로 일·가정 양립지원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성들에게 집중된 가사·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입법조사관은 영아보육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함께 주장했다. 조 입법조사관은 ‘돌보미가 직접 집을 방문해 아이를 보살펴 주는 아이돌봄 지원사업 외의 영아보육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만성적인 대기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문제와 급여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우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개선방향도 제시됐다. 조 입법조사관은 ‘배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에 아이 양육에 대한 훈련을 제공하고 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돌봄노동의 여성화로 인한 출산 기피를 막기 위해서 남성의 휴직 제도를 우선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성평등과 보육제도 개선을 통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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