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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진실’의 시대
김수빈 기자  |  ksb9607@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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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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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사전은 지난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를 선정했습니다. 포스트 트루스를 맥락에 맞게 해석하자면 ‘탈진실’이라 번역된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포스트 트루스를 ‘감정이나 개인의 믿음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과 진실보다는 감정에 의한 호소가 더욱 힘을 얻은 것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중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취향에 부합하는 뉴스를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 스스로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심리입니다. 그 뉴스가 얼마나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정보 수집이 활발해지고 있는 오늘날, 이런 포스트 트루스는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과거에는 일반 대중이 뉴스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TV, 신문, 책 등에 한정돼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만을 이용해도 손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죠. 기사를 쓰고 뉴스를 보도하는 것 역시 기자들만의 몫이 아니게 됐습니다. 기존 언론매체들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 역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가십과 부정확한 정보가 과잉공급되면서 기존의 언론들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연예인들의 거짓 열애설부터 정치인과 관련된 음모론까지. 포스트 트루스의 시대는 기사의 형태를 띤 허위·왜곡 정보를 일컫는 ‘페이크 뉴스(fake news)’의 범람을 만들었습니다.

   
▲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유명 언론사들과 합작하여 만든 ‘크로스체크’ 홈페이지. 뉴스의 진실 여부와 팩트체킹에참여한 언론사가 홈페이지에 표시된다.
또한 SNS 사용자는 자신의 마음대로 타임 라인을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페이크 뉴스에 더욱 무방비 상태로 노출됩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는 원하는 뉴스만을 소비하는 이러한 현상을 ‘멀티 플랫포밍’ 행위라고 명명했습니다. 정보 제공처를 자신의 입맛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계정이 아닌 계정만을 팔로우한 사용자는 거짓 정보만 보게되는 것이죠. 이렇듯 SNS 사용자들에게서는 정보의 소비 편중 현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리고 편중된 정보는 확증편향 심리와 맞물려 페이크 뉴스의 신뢰도를 증폭시킵니다. 보고 싶은 뉴스만 보고, 믿고 싶은 내용만 믿게 되는 것이죠. 가장 최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CNN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도를 했다’ 등의 허위 주장들이 떠돌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전달되는 페이크 뉴스를 믿으며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포스트 트루스와 페이크 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전 세계 37개의 유명 언론사와 함께 프랑스 대선과 관련된 뉴스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신속하게 팩트체킹하는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출범한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페이스북이 페이크 뉴스를 방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페이스북은 게시물의 내용이 허위로 판단됐을 때 페이크 뉴스임을 표시하는 필터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곧 우리나라도 대선이 다가옵니다. 각 후보들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보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는데요. 페이크 뉴스를 차치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받아들이려는 합리적 의심이 우리에게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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