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홍대나 대학로 거리에 줄을 서서 ‘대왕 카스테라’를 사먹어 보신 분이 있을 텐데요.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건강한 식재료만을 사용한다고 홍보해 인기를 얻던 대왕 카스테라 업체들이 최근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지난달, 채널A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은 대왕 카스테라 업체들이 홍보와는 다르게 제조과정에서 식용유와 화학첨가물이 사용된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믿었던 대왕 카스테라의 ‘배신’에 분노했지요.

그런데 방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난의 화살은 먹거리 X파일로 향하게 됐습니다. 먹거리 X파일이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먹거리 X파일이 문제 삼은 내용은 크게 △카스테라에 식용유가 들어간다 △홍보와 달리 화학첨가물을 넣는다 입니다. 실제로 대왕 카스테라 제빵 과정에 식용유가 들어가고,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고 광고해놓고도 화학첨가물을 넣는 업체가 적발됐으니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문제를 마치 20개가 넘는 대왕 카스테라 프랜차이즈들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욱이 식용유가 들어간 빵을 안전하지 않은 먹거리인 듯 보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식품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서울대학교 식품비즈니스학과 문정훈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왕 카스테라 제빵 과정에서 식용유가 들어가는 것은 정상임을 밝히며 “제빵 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 역시 “음식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방송 내용을 비판했습니다.

사실 먹거리 X파일의 보도방식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한때 유행했던 ‘벌집 아이스크림’ 가게 역시 파라핀으로 만든 가짜 벌집이 유통된다는 방송이 나간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일부 비양심적 업체만의 문제임이 방송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운영하던 가게들도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문을 닫게 된 것이죠. 또한 보도 내용과는 상관없는 식당을 담은 화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무고한 식당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습니다.

여론은 더 이상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에 지쳤다는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먹거리 X파일은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프로그램일까요? 먹거리 X파일과 같은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안전한 먹거리를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대신해 제도가 닿지 않고 있는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고발과 문제 제기를 통해 불량 식품업체가 적발되거나 상황이 개선된 사례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은 잘못된 보도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올바른 식문화를 위해 애썼던 지난 노력이 빛을 바래게 되는 것이죠.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유현정 교수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 소비자의 식품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때문에 보도 내용을 신뢰하고, 보도 내용은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높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때에 소비자들은 잘못된 보도 내용을 믿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긴 결과는 왜곡된 보도로 피해를 입고도 자생하기 힘든 영세 업체들에게로 돌아갑니다. 먹거리 X파일은 ‘특종’을 보도하기에 앞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으로서의 영향력과 책임감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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