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신문 발행 일정의 특성상 5.9 대통령 선거 투표일 하루 전에 이 사설을 쓴다. 별다른 탈이 없다면 지금 즈음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을 것이다. 누가 되었건 축하 말씀부터 전한다. 사회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을 희망과 기대의 메시지에 덧붙여 우리의 기대와 주문도 싣는다.

무엇보다 국민을 신뢰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국민들이야 이미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새 대통령을 뽑았을 터이다. 그런 터에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을 신뢰하길 요구한다. 신뢰관계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관계이다. 신뢰를 받았으면 신뢰를 줄 줄 알아야 한다. 신뢰를 주지 않으면 받았던 신뢰마저 잃는다. 신뢰를 잃은 쌍방은 서로 불행해진다. 지난 대통령 탄핵과 파면은 그러한 과정이었다.

지금의 대통령이 누구든 서울과 전국 주요도시 길거리의 함성과 태극기와 촛불이 여기까지 그를 이끌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제도권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던 때 이를 바로잡고자 거리의 정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거리의 정치를 자양분 삼아 자라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제도권 정치와 거리의 정치는 항상 그렇게 서로 도와왔다.

오늘 우리는 새 대통령에게 때늦은 부끄러움과 자격지심 대신 솔직함과 국민에 대한 신뢰를 요구한다. 먼저 어느 정당도 아닌 국민과 거리의 정치가 지금의 새 대통령을 키웠다고 솔직히 인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신뢰를 갑절의 신뢰로 돌려드리겠다는 용기와 기백을 표방하길 바란다. 거리의 정치와 국민을 이번에는 정당과 제도권 정치가 돕겠다는 사랑이 커가길 바란다. 그 기초가 국민에 대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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